청와대, 30여개 갈등 현안 조기경보 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7일 03시 00분


론스타 ISD 제소 - 반구대 암각화 등 갈등 빚을 사안, 수석실서 선제 대응
靑은 예방-내각은 해결 방법 주도

청와대가 갈등이 발생하고 있거나 앞으로 갈등이 예상되는 30여 사안에 대해 ‘조기경보’를 발효한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조기경보는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실에서 사회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는 사안들을 선정해 관련 수석실에 미리 대비할 것을 지시하고 그 진행 상황을 챙기면서 갈등을 사전에 막는 시스템을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정기획수석실로부터 조기경보체제 도입을 보고 받고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잠재적 정책현안에 대해 그 쟁점과 파급효과를 미리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강구해 나가는 조기경보체제를 본격 가동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부처별로 갈등관리 과제를 지정해 갈등관리심의위원회에서 관리하도록 했으나 이미 갈등이 발생한 사안들을 다루다 보니 이해 당사자 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다. 갈등을 해결해야 할 부처가 이해 당사자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회 갈등을 야기할 만한 사안을 미리 찾아내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청와대가 해야 할 역할”이라며 “이미 국정기획수석실 산하 기획비서관실 직원들이 각자 조기경보가 내려진 2, 3개의 사안을 챙기고 있으며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수석실은 예컨대 외환은행을 매각하고 한국을 떠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본격적으로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할 경우에 대비해 조기경보를 내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 ISD 제소를 한 론스타가 더 강하게 나올 경우 국제분쟁의 소지가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수석실은 민정수석실과 경제수석실에 관련 대책을 세울 것을 주문했고 산업통상자원부도 시나리오별로 대책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을 지낸 안현태 씨는 2011년 사망 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1968년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경력이 근거였지만 뇌물수수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사실이 있어 안장 여부가 적합한지를 놓고 논란을 빚었다. 청와대는 소모적인 사회 갈등을 막기 위해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정밀하게 검토 중이다.

이미 시작됐지만 더 커질 우려가 있는 갈등 사안도 조기경보 대상에 포함됐다. 청와대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하는 공간이 2016년 이후 포화상태가 되는 상황에 대비해 처리 대책을 마련 중이다. 박 대통령의 관심사로 알려진 반구대 암각화 사건에 대해서도 조기경보가 발동돼 있다. 국보인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겨 훼손되고 있어 주변의 댐 수위를 낮춰서라도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문화재청과 울산 시민의 식수 부족을 우려하는 울산시가 대립하고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용지매입비를 정부와 대전시 중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를 두고 빚어지는 논란이나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포기를 선언한 데 따른 피해자들의 반발도 청와대가 조기경보를 내린 사안이다. 다만 두 사안에 대해 박 대통령은 15일 회의에서 “정부가 너무 나서지 않고 조정이 되도록 지켜볼 필요도 있다”며 신중한 대응을 지시했다.

청와대는 갈등 예방은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맡고 갈등이 발생한 사안은 국무총리와 해당 부처가 담당하는 갈등해결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달에 윤곽을 드러낼 국민대통합위원회도 갈등 발생 사안에 대한 중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론스타#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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