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보도前 수익 60% 얹어 받아… 일반인은 손실”
국정원 “李는 주식 안사… 靑 검증때도 문제 안돼”
이헌수 신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60·사진)이 국정원 동료 직원들에게 친구 회사 주식을 사라고 권유했고 직원들은 약 4년 후에 60%가량의 이익을 보고 주식을 환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이 실장이 해당 회사가 경영난에 처할 거란 걸 미리 알고 국정원 직원들의 투자금을 회수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17일 국정원 등에 따르면 이 실장은 1999년 국정원 직원 10여 명에게 자신과 절친한 양모 씨(61)의 화장품회사인 G사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이 실장은 중학, 대학교 동창인 양 씨가 사기를 당해 사정이 어려워지자 양 씨를 돕기 위해 주변에 투자를 권했다고 한다. 이 실장의 소개를 받은 국정원 직원들이 다시 일반인을 소개해 총 90여 명이 주당 2만 원에 비상장사인 이 회사 주식을 샀다.
G사의 화장품은 2001년 11월 홈쇼핑에서 대박을 터뜨리면서 매출이 크게 올랐다. 이 실장의 소개를 받았던 투자자들은 2002년 11월부터 2003년 4월까지 주당 3만2000원을 받고 양 씨에게 주식을 환매했다. 투자 대비 60%의 수익을 거둔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2003년 7월 생산 화장품에서 방부제가 검출됐다는 의혹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한 소비자단체가 오랜 기간 준비해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일부 언론은 국정원에 근무하는 이 실장이 이런 내용을 미리 알고 직원들에게 주식을 환매하라고 권했고 결과적으로 다른 투자자는 큰 손실을 봤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국정원과 양 씨는 이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국정원 측은 “양 씨가 회사의 자금사정이 나아진 상황에서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일부 투자자에게 환매해 준 것”이라며 “이 실장이 청와대 인사검증 때 이런 내용을 자진신고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청와대가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 실장이 양 씨 회사의 주식을 매매해 이득을 봤어야 하는데 이 실장은 주식을 아예 산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정원은 “이 실장은 친구인 양 씨가 자금난에 처하자 자신의 집을 담보로 내줘 양 씨가 2억2000만 원의 은행대출을 받았지만 결국 집까지 날렸다”고 강조했다.
양 씨는 이날 동아일보에 “이 실장이 소개해준 국정원 직원만 환매해준 게 아니라 일반인도 다 환매해줬다”고 말했다.
이 실장의 권유로 투자했던 한 국정원 직원은 양 씨를 협박하다 실형을 선고받았다. 1999년 이 실장이 양 씨에게 소개해준 전직 국정원 직원 안모 씨(60)와 부인 김모 씨는 이 회사 주식 3500주를 7000만 원에 샀다. 하지만 이 부부는 2002년 양 씨에게 주식을 10억 원에 되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에 투서하면 친구인 이헌수가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이 부부는 이 실장에게도 “당신이 양 씨를 소개해줬으니 책임져라. 아니면 국정원에 탄원서를 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씨 부부는 주식 매입 이후 상장될 거라는 기대가 이뤄지지 않자 가정생활에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실장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커피숍에서 양 씨를 만나 안 씨 부부의 요구를 들어 달라고 설득했다. 승진을 앞둔 이 실장이 곤경에 처할 것을 걱정한 양 씨는 8억 원을 주고 주식을 되사줬다. 양 씨는 이 실장이 2009년 퇴직하자 안 씨 부부를 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1심 재판부는 안 씨 부부가 투자금에 비해 많은 돈을 환매받는 과정에 공갈협박이 있었다고 보고 안 씨 부부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고 항소심에선 안 씨에겐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부인에겐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2011년 이 판결을 확정했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 직원들과 G사 간에는 환매 옵션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안 씨의 부인 김 씨는 재판 과정에서 “2002년 당시 주식 가치를 주당 6만 원가량으로 봤다”고 진술했다. 2003년 3월 환매 당시의 주식 가치에 대해 양 씨는 “주당 2만 원에 판 주식을 3만2000원에 환매해준 것은 투자자들에게 적당한 이익을 안겨주면서 추후 코스닥에 상장됐을 때를 대비한 모험이었다”며 “비상장 주식은 회사가 정하는 게 가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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