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여직원 김모 씨(29)의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했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39·현 송파서 수사과장·사진)이 “상급기관인 서울지방경찰청이 수사 초기 여러 방식으로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권 과장은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이 사건을 수사하다 2월 4일자로 송파서로 전보됐다.
그는 19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지난해 12월 13일 김 씨의 컴퓨터 두 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수서서와 서울청이 갈등을 빚었다”고 말했다. 당시 수서서가 김 씨의 하드디스크 두 개를 분석하기 위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는 글이라면 들어갔을 법한 키워드 78개를 제출했는데 서울청이 이를 단 4개의 키워드(‘박근혜’ ‘문재인’ ‘새누리당’ ‘민주통합당’)로 줄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청은 “수서서가 제출한 100개의 키워드는 ‘호구’ ‘가식적’ ‘위선적’ 등 대선과 관계없는 단어가 대다수였다. 4개 키워드뿐 아니라 김 씨의 하드디스크에서 추출한 ID와 닉네임 40개까지 함께 넣어 총 44개 키워드로 분석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권 과장은 “ID와 닉네임이 발견되기 전에 이미 서울청이 수사의 신속성을 이유로 키워드를 4개로 줄이라고 지시했다”며 “ID와 닉네임 40개는 우리가 키워드 4개를 제출한 이후 하드디스크 분석과정에서 발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청의 지시에 따라 수서서가 지난해 12월 16일 밤에 “김 씨가 특정 후보를 지지 혹은 비방한 댓글을 단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한 첫 수사결과에 대해 권 과장은 “수사팀은 김 씨를 수사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자료를 서울청에 올렸다. 그런데 서울청이 ‘언론에 발표하라’고 보낸 자료에는 김 씨에게 혐의가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며 “당시 수사팀은 아무도 그 발표 내용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권 과장은 또 “상부에선 언론에 최소한의 사실만 확인해 주라고 압력을 넣었다”며 “하지만 나는 이미 중간수사 결과 발표가 난 이상 주요 사실은 확인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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