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과세로 세금폭탄… 애꿎은 中企 코피 터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 中企대표들, 김덕중 국세청장에 호소

“중소·중견기업은 원재료를 공급받거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중소 계열사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중소기업을 제외해야 합니다.”(정구용 인지컨트롤스 대표)

중소기업중앙회가 22일 서울 여의도의 협회 사무실에서 개최한 ‘국세청장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인들은 최근 국세청의 움직임과 관련해 김덕중 국세청장에게 여러 가지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올해 처음 부과되는 ‘일감몰아주기 과세’로 인해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보완책을 요구했다.

인지컨트롤스의 정 대표는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대기업 오너가 계열사에 물량을 몰아줘 계열사의 수익을 높이거나 증여세를 내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한 건데 중소·중견기업들이 여기에 해당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정 대표는 지난해 계열사 중 한 곳이 매출 1000억 원, 영업이익 46억 원, 당기순이익 12억 원으로 법인세는 1억 원밖에 안 나왔지만 증여세를 계산해보니 3억 원이나 되더라며 세금 부담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란 내부거래의 비중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이며 총수 일가 및 특수 관계인 지분이 3%가 넘는 계열사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 이 조항에는 기업 규모에 대한 규정이 없어 대기업이 아닌 계열사가 있는 중소기업에도 적용된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올해 처음 시행되는 만큼 잘 살펴 고쳐야 할 게 있다면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다른 국세청 관계자도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 “올해 신고 내용을 받아본 뒤 중소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가는 등 문제가 있다면 세제당국에 개선책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중소기업 관련 단체 대표들은 ‘지하경제 양성화’와 관련한 국세청의 기획 세무조사 확대 등에 대해서도 강한 불안감을 표시했다.

주대철 한국정보통신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소기업은 원칙적으로 세무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두려움은 여전하다”며 “자칫 지하경제 양성화가 지방국세청의 적발 실적이나 건수 경쟁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세무조사 절차 등에 대해 조성환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세무조사 기간이 20∼40일인데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10일 미만으로 줄여 달라”며 “최근 경기악화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으니 세금 분할납부 기간도 연장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표재석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은 “지난해 100개 건설사 중 20개가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며 “전문건설업에 대해 3년만 세무조사를 유예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중소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세무조사는 탈세 혐의가 크다고 국민 누구나 공감하는 분야에 집중하고,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도 서민경제나 중소기업·상공인의 통상적인 경영활동에는 활용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국세청은 정기 세무조사 선정에서 제외되는 중소기업 ‘장기계속 성실사업자’의 요건을 수도권 기준으로 현행 25년에서 20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또 사업이 어려워 재기(再起)를 노리는 연 매출 10억 원 이하의 중소기업에 대한 징수유예 기간도 올해 말까지 최대 18개월 연장할 방침이다.

김 청장은 “이달 안에 국세청과 중기중앙회가 함께하는 ‘중소기업 세정지원협의회’를 신설하고 세제 측면에서 걸림돌이 무엇인지 파악할 것”이라며 “세법이 허락하는 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철중·강유현 기자 tnf@donga.com
#국세청장#간담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