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0세 의무화, 대체휴일제 도입, 부당거래 고발 확대
해당 법안 나란히 법안소위 통과
재계 “포퓰리즘이 저성장 부채질”
봇물 터지듯 진행되는 일련의 경제민주화 입법과 선진국형 ‘근로조건 개선’ 법안으로 국회와 재계가 새 정부 임기 초부터 대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가 재계와 정부 일각의 속도조절론에도 이 법안들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국회 환노위는 23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공공·민간 부문 근로자의 정년 60세 의무화를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안전행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대체휴일제를 규정한 ‘공휴일에 관한 법’ 제정안을 처리하려다 의사일정을 놓고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25일 처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법안은 이미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이에 앞서 정무위는 22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공정거래위원회만 갖고 있던 부당거래 기업에 대한 검찰 고발권을 감사원장 중소기업청장 조달청장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부당 내부거래 시 대기업 총수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심사 기일을 다시 잡아 5월 임시국회에서 본격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정치권의 이 같은 경제민주화 법안이 엔화 약세 현상, 글로벌 시장 침체와 겹쳐 저성장 국면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민생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포퓰리즘 정책에 골몰하는 정치권이 경제 현장의 어려움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대기업 임원들은 수시로 여권 관계자들을 접촉해 법안 추진의 부당성을 설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가 자유로운 기업 활동까지 법제화하며 여러 가지를 요구하는 것은 경기침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국회발 ‘경제민주화 및 근로조건 개선’ 법안 드라이브에 당황하는 기색이다. 실제로 정부는 22일 대체휴일제 주무 부처인 안전행정부 주재로 관계부처 국·실장급 회의를 열어 ‘공휴일에 관한 법’ 제정안 처리에 앞서 범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전행정위 새누리당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대체휴일제에 대한 재계 반발에 “2010년 대체휴일제를 시행하면 24조5160억 원의 사회경제적 순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던 조사 결과도 있다”며 “재계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고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여권 일각에선 “경제위기 상황에서 마치 도미노 하듯 처리하는 것은 법 집행의 효율성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