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5일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해 당국 간 실무회담을 갖자고 북한에 요구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는 개성공단 근무자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를 공식 제의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북한에 26일 오전까지 제의에 대해 회신해 줄 것을 요구한다”며 “북한이 당국 간 회담마저 거부한다면 중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회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입주기업을 상대로 인력 철수 권고 등 후속조치에 착수할 계획이다. 인력 전원 철수와 공단 폐쇄가 ‘중대한 조치의 예정된 수순’이지만 ‘남측이 먼저 공단 문을 닫고 떠났다’는 명분을 북한에 주지 않기 위해 이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은 삼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답변이 없을 경우 곧바로 중대한 조치에 돌입하지 않고 ‘전략적 모호성’을 당분간 유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개성공단에 있는 근로자의 안위다. 그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은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가 북한에 회담을 제의하면서 답변 시한을 정하고 답이 없으면 ‘중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변인은 “11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 명의로 발표한 성명은 북한에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포괄적인) 요구였고 오늘은 회담 수준(실무회담)과 날짜까지 포함한 구체적인 대화 제의”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24일 개성에 머물고 있는 홍양호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장(전 통일부 차관)과 이금철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 사이의 면담을 갖자고 관리위를 통해 수차례 요구했으나 북한이 응하지 않았다. ▼ “26일 오전까지”… 정부, 北에 답변시한 처음 못박아 ▼
김 대변인은 “개성공단에 의료진과 식자재 운송을 위한 최소 인원의 방북을 요구하려 했지만 북한이 면담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한국의 요구사항을 담은 서한을 전달받는 것도 거절했다.
북한은 25일에도 정부의 실무회담 제의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인민군 창건기념일(81주년)로 휴일인 이날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열병식을 가졌다. 군 당국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처음 공개됐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무기보다 병력 중심의 소규모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정부의 25일 대화 제의는 북한에 보내는 최후통첩의 성격도 담겨 있다.
정부 당국자는 “체류 인원들이 언제까지나 개성공단에 머물 수는 없고 식량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라며
“24일 오전과 오후 수차례 면담 요청이 있었던 만큼 북한에 준 답변 시한(26일 오전)이 촉박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26일 0시 기준으로 개성공단에는 남측 인원 176명(중국인 1명 포함)이 남아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이날 대화 제의에 대해 협회와 사전협의도 없이 북한의 휴일에 이뤄졌다는 점에 불만을 표시했다.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바이어들이 정부의 ‘중대 조치’를 폐쇄 또는 철수로 받아들이면서 오늘만 해도 여러 기업이 납품처를 잃었다”고 토로했다. 또
유창근 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개별 기업들과 법적으로 투자계약을 맺은 것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철수 명령을 내릴 수 없다”며
정부의 폐쇄 방침이 내려져도 따를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개성공단 문제가 정부와 기업 간 남남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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