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1일 “핵심 쟁점인 미수금 총액 규모 확정과 지급 방식에 대한 협상이 완전 타결되지는 않았지만 언제까지 남측 인원 7명을 개성에 남겨둘 수 없어서 남북 간 잠정적인 합의를 하는 방식으로 봉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는 홍양호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장 등 관리위 소속 5명이 남아 123개 입주업체들을 대신한 협상을 하고 있다. 통신 지원을 위한 KT 직원 2명도 잔류해 있다.
○ 북한 주장 ‘미수금’ 800만 달러 크게 상회하는 듯
북한은 3월분 임금과 과거 체납임금, 통신료 및 소득세를 납부하라고 계속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미수금을 지불하는 대신 3월 조업으로 생산된 완제품과 원·부자재를 갖고 나올 수 있게 해달라고 맞서고 있다. 북한이 미수금이라고 주장하는 총액은 당초 알려진 800만 달러를 상당히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공단 소속 북한 근로자의 한 달 치 임금 총액은 717만 달러(약 79억4000만 원)이다.
정부는 당초 4일경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고 홍 위원장 등 7명을 귀환시킨다는 잠정 계획을 세웠지만 미수금 총액 규모 확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제3의 봉합 수순’을 강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입주업체 중 미지급금 명세를 제공하기를 꺼리는 곳이 있어 북한이 주장하는 금액과 대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전기·상하수도 등 인프라 담당요원이 전원 철수한 상태여서 7명의 체류 여건이 좋지 않은 것도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는 북한과 미수금에 잠정 합의를 보고 잔류 인력 7명을 조기 귀환시킨 뒤 입주업체들과는 차후 정산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과 서류상 합의를 먼저 하고 현금 지불 시기는 조절할 것인지, 곧바로 현금수송차를 통해 지불까지 끝마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했다. 금융 업무를 담당하던 우리은행 지점이 지난달 27일 철수하면서 개성공단에는 현금이 없다. 북한은 지난달 10일 월급날에 맞춰 입주기업들이 현금수송차를 개성공단으로 보내겠다고 요청했으나 이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 입주업체의 두고 온 PC 보안 문제
개성공단에 남겨진 컴퓨터와 문서의 보안 문제도 남북 간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인다.
정부는 민감한 자료를 모두 반출했다고 밝혔으나 입주업체들은 공단 폐쇄가 아닌 ‘잠정 가동 중단’으로 받아들여 모든 컴퓨터와 서류를 갖고 내려오지 못했다. 휴대하기 쉬운 노트북은 가져왔지만 데스크톱 컴퓨터는 남겨둔 채 귀환한 업체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킹에 능한 북한이 컴퓨터 데이터에 접근하고 그렇게 얻은 정보를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알 수 없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했다.
한 보안 전문가는 “하드디스크를 물리적으로 파괴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데이터는 복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한 자력으로 컴퓨터 데이터를 완전 삭제하는 디가우징(degaussing)을 하거나 망치 등으로 하드디스크를 부수지 않는 한 포맷된 컴퓨터 정보도 살려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단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때 하루 평균 800명 규모로 왕래하던 남측 근로자의 신상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될 개연성이 있는 셈이다.
부품업체 A사 관계자는 “현지 관리직만 20∼30명인데 그 많은 컴퓨터를 어떻게 갖고 나올 수 있었겠느냐”며 “컴퓨터에는 제품 생산량과 원·부자재 관련 기록, 본사 연락처, 남측 근로자의 근로계약서 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PC를 현지에 그대로 놔두고 온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최소한 하드디스크라도 떼서 왔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윈도 로그인 암호가 설정돼 있다 하더라도 하드디스크 자체에 암호를 걸지 않았다면 정보는 얼마든지 꺼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성남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일 1박 2일 일정으로 베이징을 방문했다. 임 본부장은 2일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 등과 만나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사태를 풀기 위한 외교적 공조가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오후 중국국제항공(CA)편으로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한 임 본부장은 “개성공단 문제가 한반도 정세에서 중요한 사안으로 대두된 만큼 한국의 입장을 (중국에)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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