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일 발표한 투자활성화 대책에 대해 재계는 일단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그동안 각종 규제로 집행을 미뤄 왔던 대규모 투자 계획들을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가 포화 상태여서 공장 증설을 못했던 에쓰오일은 공공기관이 보유 중인 터를 활용하도록 허용한 이번 조치로 석유화학공장을 새로 지을 수 있게 됐다. 이 회사는 울산 울주군 온산 석유화학공장에 총 1조4000억 원을 투입해 2011년 3월 연간생산 90만 t 규모의 파라자일렌(PX) 생산설비를 완공했다. 이후 PX 시장이 빠르게 커져 설비를 증설할 필요가 있었지만 에쓰오일은 투자를 미뤄 왔다. 나세르 알마하셰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주최한 외국인 투자기업 간담회에서 “새로 지을 공장 터를 찾고 있는데 규제가 난관”이라며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자회사(증손자 회사)의 지분을 반드시 100% 갖도록 한 규제에 걸렸던 기업들도 숨통이 트였다. GS칼텍스는 전남 여수시 석유화학공장 합작사업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는 지난해 4월 일본의 쇼와셸, 타이요오일 등과 합작해 PX 생산설비를 짓는 데 총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해 6월 사업지주회사 격인 GS에너지가 분리되면서 GS칼텍스는 그룹 내 손자회사가 됐다. 그러면서 다른 투자자와 지분을 나눠야 하는 합작사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공장 설립을 추진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SK그룹도 마찬가지다. SK그룹은 2011년 1월 SK이노베이션을 사업지주회사로 두고 그 아래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를 계열사로 두는 방식으로 조직을 재편했다. 빠른 의사 결정과 신규 투자 유치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손자회사 관련 규제 때문에 신규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다. SK종합화학이 일본 JX에너지와 함께 추진해 온 연간 생산 100만 t 규모의 울산 PX공장도 이 규제에 해당된다. 지난해 완공된 SK루브리컨츠의 울산 윤활기유(LBO)공장 역시 JX에너지와 50 대 50으로 투자했지만 JX에너지에 지분 50%를 주지 않고 SK 측이 100%를 보유했다. 그 대신 그만큼의 돈을 JX에너지로부터 론 형태로 빌리는 방식을 썼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규제가 풀렸으니 론 형태로 빌린 돈을 다시 지분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추후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대책으로 기업들은 최소한 12조 원 이상을 투자하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은 신규 투자가 경기 활성화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들은 경기도 개발제한구역 내에 공장을 증축할 때 부담금을 깎아 주는 등 입지 규제를 줄인 조치도 반겼다.
재계는 이번 대책에 수도권 생산시설 신증설 규제 완화가 빠진 것에 대해서는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느냐”면서도 아쉬움을 표시했다. 외국인학교 설립 규제 완화 등 경기 활성화와 직결되는 서비스산업 활성화 방안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보유 지분 완화’ 등은 국회의 입법 과정을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이번 대책이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신규 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은 앞서 경제단체 등을 통해 정부에 투자 애로사항을 제출하면서도 기존에 중단된 프로젝트만 내놓았을 뿐 검토 중인 신규 투자계획을 모두 꺼내 놓지는 않았다. 10대 그룹 투자의 절반에 이르는 삼성그룹은 아예 애로사항을 제출하지 않았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민관이 투자 활성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는데 기업계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이려고 노력한 인상을 받았다”며 “부분적으로는 반영이 안 된 것도 있지만 이런 것들은 정부가 중기 과제로 삼고 추진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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