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무역투자회의 첫 주재]“수출中企 기술부터 판매까지 통합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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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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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이 보는 ‘수출한국 2.0’

‘경제 살리기’ 머리 맞댄 정부-기업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각 부처 장관과 산업계 인사 등 15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책과 다양한 규제 완화 방안들을 내놨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경제 살리기’ 머리 맞댄 정부-기업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각 부처 장관과 산업계 인사 등 15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책과 다양한 규제 완화 방안들을 내놨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일 열린 박근혜정부 첫 무역투자진흥회의의 부제는 ‘무역이 이끄는 성장 사다리, 투자가 만드는 행복 일자리’였다. 중소기업에 대한 수출지원을 통해 이들이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해주고, 대기업을 위해서는 투자를 막고 있는 불합리한 규제를 솎아내 새 일자리 창출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날 회의는 또 경제위기가 장기화하는 국면에서 무역과 투자, 두 가지만큼은 국가가 나서서 챙기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으로도 해석됐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새로운 ‘수출한국 2.0 모델’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기나 방향성은 좋지만 내용의 강도는 다소 미흡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내놨다.

○ 자금-인력-기술, 中企 수출 전방위 지원

정부의 수출지원 방안은 자금과 인력, 노하우가 모자라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에 초점을 뒀다. 중소기업은 수출 계약을 해놓고도 신용도가 낮아 금융회사의 대출을 받기 어렵고, 최근에는 엔화 약세로 환위험까지 커지면서 아예 수출 의욕을 상실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정부는 자금조달이 절실한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규모를 기존의 71조 원에서 82조1000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중소기업이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인하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이들의 원산지 관리를 다각도로 도울 예정이다.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돕는 전문무역상사 활성화 방안은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설립됐던 ‘고려무역’을 모델로 하고 있다. 고려무역은 1969년 수출진흥확대회의에서 당시 김정렴 상공부 장관의 제안에 따라 중소기업 제품의 수출대행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정부는 이와 비슷한 형태의 전문무역상사가 활성화되도록 올해 대외무역법을 정비해 설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수출지원책이 중소·중견기업에 집중된 것과 달리 투자 활성화 및 규제완화 대책은 대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대기업에는 대형 투자의 장애요인으로 지목돼 온 입지·업종 규제를 개선해주고, 중소기업에는 금융·재정 등을 동원한 인센티브를 통해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이번 대책으로 10여 개 대기업의 투자를 12조 원 이상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공장 증설을 원하는 기업에 공공기관이 보유한 용지를 빌려주는 방안이다. 산업단지 내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저장시설 등 시설물을 땅속으로 옮기고 지상에 공장 신설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또 공동출자법인에 한해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최소 보유지분도 현행 100%에서 50%로 완화한다.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노후 설비의 교체에 1000억 원을 지원하고 신설 중소기업의 투자세액공제 이월공제기간도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한다. 또 지나치게 까다로운 가업상속 공제요건들도 모두 찾아내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고칠 계획이다.

정부는 3월부터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통해 250여 건의 규제 완화 건의과제를 수렴했고 이 중 효과가 크고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과제 50여 개를 선별해 대책에 반영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국민경제의 규제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10% 가까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규제 완화는 돈 들이지 않고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 “보다 획기적인 정책 필요”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방향성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냉각된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되살리기에는 부족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놨다. 경기침체로 잔뜩 움츠린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도록 하려면 기존 규제나 성장전략의 패러다임을 바꿀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과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찔끔찔끔해서 될 일이 아니다”, “털 것은 털고 가야 한다”고 하는 등 여러 차례 강도 높은 대책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숙원과제였던 수도권 환경규제 등 핵심규제가 드디어 풀리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이 있었지만 정작 발표된 내용은 기대 이하라는 것이다. 이처럼 민감한 규제가 풀리지 않은 것에 대해 정 차관보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실제 투자확대로 이어지기에는 정책들의 임팩트가 미흡하다”며 “글로벌 경제환경의 불확실성, 장기 저성장 우려 등을 넘어서려면 수도권 규제 완화 등 좀 더 획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 중소·중견기업 대책에 대해서도 한계가 뚜렷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기업 납품에 주로 의존해온 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해 이를 새로운 수출 성장모델로 만들려고 시동을 건 점은 좋지만 무역금융 지원 등 이날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은 과거 정권과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 역시 자칫 세계 시장에서 외면 받는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데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는 ‘R&D 패러독스’에 빠질 우려가 높다는 비판이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전문종합상사의 활성화는 해외시장에 대한 폭넓은 정보 제공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단순한 정보 제공, 마케팅을 넘어 기술 개발부터 판매까지 통합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비스 분야의 규제 개혁을 더욱 서둘러 제조업 중심의 수출 구조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익단체들과의 충돌과 ‘부처 간 칸막이’로 규제 개선이 지지부진한 의료 교육 관광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개방하고 경쟁력을 높여 수출 주력상품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정민 홍익대 교수(경영학)는 “미래의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서비스업에 달려 있지만 한국의 서비스 수출은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라며 “규제 완화와 시장 개방을 통해 서비스업을 수출 주력 상품으로 키워야 성장 동력을 회복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병기·유재동 기자 weappon@donga.com
#박근혜#무역투자회의#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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