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해야 하나 된다]“北에 ‘버티면 해결’ 신호줘선 안돼… 5·24조치 해제 반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일 03시 00분


본보-한반도선진화재단 ‘올바른 대북정책’ 세미나

동아일보와 한반도선진화재단이 4 23일 서울 중구 충무로 한선재단 회의실에서 ‘통일의 길, 북한의 정상국가화’라는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열고 바람직한 대북정책의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동아일보와 한반도선진화재단이 4 23일 서울 중구 충무로 한선재단 회의실에서 ‘통일의 길, 북한의 정상국가화’라는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열고 바람직한 대북정책의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정책 실천에 착수하자마자 북한의 잇따른 도발과 위협으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유일한 남북경협 대상지이던 개성공단은 가동 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잠정 폐쇄 상태에 빠졌다. 대북정책을 성공적으로 펼치기가 이렇게 어렵다. 동아일보와 한반도선진화재단은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충무로 한선재단 회의실에서 ‘통일의 길, 북한의 정상국가화’라는 주제로 세 번째 공동 세미나를 열고 바람직한 대북정책의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

질문 1: 개성공단 어떻게 할 것인가

남북 간 최대 현안 중 하나인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가동중단 장기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남근우 한양대 교수는 “4월 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대외무역 다각화와 투자 활성화를 정책으로 택한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 수순으로 몰고 가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양운철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광물자원 수출로만 15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데 연간 8600만 달러인 개성공단 임금은 아깝긴 해도 포기하려면 포기할 수 있는 돈”이라고 말했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과연 개성공단을 유지하려는 의사가 있는지부터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근로자의 임금이라는 이익보다 개성공단을 통해 한국과 자본주의 소식이 전파되면서 발생하는 체제 위협을 더 크게 여기지 않느냐는 것이다.

북한은 다른 남북경협에서도 경제적 이득은 취하지만 체제유지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요소는 배격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해왔다. 내심 남북경협의 확대를 원하면서도 위기를 조장함으로써 북한 내부에서는 체제 단속 효과를, 한국 내부에서는 남-남 갈등을 유발하는 작전을 써왔다는 분석이다. 개성공단 가동중단도 그 연장선상이라고 참석자들은 진단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천안함 폭침으로 단행됐던 5·24조치(방북 및 남북경협 중단)를 해제하는 방안은 전문가 대부분이 반대했다. 현 시점에 5·24조치를 무조건 해제하는 건 북한에 ‘버티면 해결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제재가 진행 중인데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들어 5·24조치를 해제하는 건 국제공조에도 나쁜 선례를 남긴다”고 말했다. 향후 북한과 상대하기 위해서는 호혜주의에 바탕을 둔 ‘네트워크 상호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질문 2: 올바른 대북정책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대북정책의 목표를 북한의 정상국가화로 설정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합의를 바탕으로 △북한이 국제규범에 부응하는 정상국가로 변하는 것을 통일정책의 목표로 정한 뒤 △국제협력과 설득을 도구로 활용하는 3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남북관계의 특성과 한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북정책은 북한이라는 골치 아픈 상대와 벌이는 ‘양자게임’”이라며 “지난 20년간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은 역으로 북한의 대항 능력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한국의 카드를 훤히 들여다보고 말(대남정책)을 쓰는 반면 우리는 북한의 패를 알 수 없는 ‘판단능력의 비대칭성’과 북한을 얕잡아보는 우리 내부의 편견이 허를 찔리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양운철 실장은 “남북경협이 잘 안되는 이유도 북한이 경제효과의 확산이나 자원의 가장 효율적인 배분보다 남북관계라는 게임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자게임에서 ‘팃포탯(tit-for-tat·치고받기)’이 지속될 경우 소모전 양상이 돼 결국 국력이 약한 북한이 더 큰 손실을 입게 된다는 점을 북한이 깨닫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문 3: 북한 주민에 어떤 정보 제공할까

북한의 변화를 위해서는 외부정보 유입을 늘려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북한 주민들이 바깥세계에 대해 많이 알수록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 정권 비방 일변도의 대북전단에 대해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탈북자 출신인 김병욱 동국대 강사는 “대북전단을 받아볼 북한 주민 처지에서는 김정은에 대한 비난보다 한국의 평균 임금이 얼마이고 그 돈으로 어떤 생활을 할 수 있는지를 소개받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알리는 통일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학생들에게 북한을 생지옥이라고만 가르칠 게 아니라 북한의 실생활을 알게 해 면역력을 키우고 대한민국 정체성에 긍지를 심어주는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 (가나다순)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김병욱 동국대 강사
남근우 한양대 연구교수
조영기 고려대 교수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양운철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우승지 경희대 교수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용환 한선정책연구원장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북한#한반도선진화재단#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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