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 두 달을 넘기면서 첫 번째 청와대 시절 딸로서 체득했던 아버지, 어머니의 리더십이 하나둘씩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과정에서 엿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3월 21일부터 한 달 넘게 진행된 각 부처 업무보고와 1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는 아버지의 이른바 ‘올코트 프레싱’ 스타일이 드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자신의 국정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내각과 청와대의 말단 직원부터 장관, 수석까지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식의 강한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박 대통령에게는 어느 부처가 무슨 일을 하는가보다 제대로 그 일을 해내느냐가 중요하다”며 “부처 협업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1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도 박 대통령 앞에는 부처별 보고서가 아니라 정부합동보고서가 올라왔다고 한다.
간부뿐 아니라 실무 공무원들을 회의에 참석시키는 것도, 기업인이나 일반 국민을 회의에 참석시켜 이들이 즉석에서 공무원들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대안 제시까지 요구토록 하는 것도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했던 회의 방식과 비슷하다.
박 대통령은 회의 자리에서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예를 들어 자세히 설명하고 지시하면서 공무원 모두가 자신의 국정철학을 왜곡 없이 이해하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부처 업무보고 기간에만도 79건의 지시사항을 쏟아 냈다. 다만 이런 모습은 공무원들과의 소통의 의미도 있지만 “모두들 내 뜻을 정확히 알고 그대로 따르라”는 군주적 리더십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의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는 퍼스트레이디 시절 밤새 국민이 보낸 편지를 읽고 답을 해 줬다고 한다. 박 대통령도 민원을 세세히 챙기는 ‘디테일 리더십’을 보여 주려 애쓰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이 민원비서관 인선을 특별히 고심했고, 평균 비서관 연령보다 아홉 살이나 많은 임종훈 전 인수위 행정실장을 임명했으며, 최근 대통령이 주재하는 모든 회의에 임 비서관 참석을 지시한 것도 그 이유다. 이번 방미에도 민원비서관을 데리고 갈 계획이다. 이전 정권에선 전례가 없다.
청와대에 서신과 ARS로 들어오는 공식 민원은 물론이고 여야 의원,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받는 민원까지 민원비서관실과 제2부속비서관실이 함께 챙긴다. 한 여당 의원이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요청한 경기 화성시 융건릉 일대의 아파트 개발 논란에 따른 갈등 중재안을 대통령 지시로 민원비서관실이 챙기는 식이다.
민원비서관실은 최초로 ‘민원이력카드’를 개발해 모든 민원을 관리한다. 민원카드에는 민원인의 인적사항뿐 아니라 처리 경과와 결과, 사후 관리까지 기입하도록 되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국민의 민원을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면 국민 행복의 길로 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매일 국민의 편지를 읽고 고충의 현장으로 달려갔던 어머니에게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