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집단으로 납북됐으며 이들이 평양의대에서 북한의 의료체계를 만드는 데 이용된 뒤 대부분 숙청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탈북자 출신인 이혜경 박사(물망초인권연구소 간사)는 2일 “6·25전쟁 때 납북돼 평양의대에 다닌 탈북자의 증언과 북한 자료를 바탕으로 1955∼1960년 평양의대에서 근무한 29명의 교원 명단을 확보했다. 그중 20명이 남한의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내각의 고위직 등을 지낸 일부를 제외하고 16명 이상의 교수가 납북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사실은 처음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의대 출신의 한 탈북자도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시창 이정복 이정두 이제복 임문빈 김종순 계운흥 신성우 씨 등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납북돼 북한에서 보건의료 분야 인재를 양성하는 데 이용됐다”고 말했다. 이외에 북한의 다른 의대에도 납북된 교수들이 있을 수 있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박사에 따르면 당시 김일성이 의료체계를 세우고 부족한 보건의료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직접 납북을 지시했다. 이 박사는 “북한이 이들을 의료교육시스템의 기반을 만드는 데 이용한 뒤 사상문제 등을 이유로 숙청, 처형, 좌천시켰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평양의대 정신과 강좌장(학과장의 북한말)이었던 임문빈 씨는 차에 태워져 납북될 때 사시나무 떨듯 두려워했다고 한다”며 “그는 정신의학계에서 유명해 소련의 한 재판관은 그의 이름만 들어도 발작이 멈췄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김시창 신경외과 강좌장과 김종순 조직학 강좌장은 간첩 혐의 등으로 처단됐고, 신성우 안과 강좌장도 수용소행을 피하지 못했다.
이혜경 박사는 3일 사단법인 물망초(이사장 박선영 전 의원)와 북한인권의사회가 여는 세미나에서 이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