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내게 적합한 자리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현경대’ 하면 ‘7인회’ ‘정수장학회’를 떠올리지 않겠나. 그래서 정권 초기에는 아무 자리도 맡지 않으려고 했는데….”
자신이 고백한 대로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74·사진)의 임명을 두고 정치권에선 “친박(친박근혜) 보은인사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핵심 원로그룹 7인회 멤버 중 처음으로 공직을 맡았기에 세간의 관심은 더 쏠렸다. 현 부의장은 1990년 민주평통 사무총장(사무처장으로 직제가 바뀜)을 지낸 경험도 있고 20년 동안 평화문제연구소를 이끌기도 했다. 3일 서울 중구 장충동 민주평통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취임 후 첫 인터뷰에서 그의 답변은 거침이 없었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남북 대치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다. 남북은 태생이 다르고 북한이 남한 적화 정책을 갖고 있는 한 어느 정도의 긴장관계가 불가피하다. 역대 정부의 사례를 보면 오히려 너무 좋은 게 이상한 거다. 우리가 북한에 잘해주는 것과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는 건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이고 상관도 없다. 연평도 포격을 보지 않았나.”
―그래도 박 대통령이 의지를 보여 온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삐걱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미국이 전폭적으로 우리를 지지해주고 있고, 중국도 이전과는 달라졌다. 박 대통령에 대한 양국 수뇌부의 신뢰가 가져온 결과다. 또 동북아 핵확산 방지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이런 싸움은 끈기 있게 버티는 쪽에 승산이 있다.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은 강경론이 아니라 원칙론이다. 우리는 개성공단 문제도 아무 조건 없이 대화의 창을 열어두고 있다. 북한도 개성공단을 폐쇄까지 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을 어떻게 평가하나.
“군부의 영향력이 초기보다 떨어지는 변화의 기미는 보인다. 그러나 김정은 일가 입장에서는 개혁 개방을 하는 순간 기득권을 다 잃어버린다. 그래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22년 전 민주평통 사무총장을 지냈는데, 민주평통을 어떻게 끌고 갈 생각인지….
“헌법상 민주평통은 평화통일 정책에 대해 대통령 자문을 담당하는 기구다. 그러나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만들어져야만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가 있다. 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통일교육과 근현대사 역사교육이다. 북측에 편향된 해방전후사 관련 서적을 젊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읽고 일부 지도층 인사까지 대한민국 정부가 태어나지 말아야 했다는 식의 인식을 갖고 있다. 그걸 바로잡아야 한다. 통일교육원이 있지만 교육은 민간 조직인 민주평통이 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이자 박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있던 정수장학회 동문 모임인 상청회장 출신이라는 점이 관심을 받고 있다.
“대통령과 같은 철학을 갖고 있는 동지들이 국정운영에 참여하고 5년 뒤 평가받는 게 옳은 거라는 의견도 있지 않나.”
―현 부의장을 포함해 장관, 대사, 영사 등 유독 외교·통일 라인업은 박 대통령이 대선 전부터 함께 일했던 이들로 구축하고 있는데….
“국가안보와 관련된 문제니까 대통령의 뜻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바로잡습니다]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부의장 인터뷰’ 기사 중 현 부의장의 직함은 상임부의장이 아니라 수석부의장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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