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은 예정보다 15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오찬회담이 길어진 데다 두 정상이 예정에 없이 10여 분 동안 백악관 대통령집무실에서 로즈가든으로 이어지는 복도를 걸으며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다. 통역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두 사람만의 개인적 얘기를 나누며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오찬회담에서는 박 대통령의 재치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름인 ‘버락’이 스와힐리어로 ‘축복받은’이라는 뜻인데 내 이름의 ‘혜(惠)’ 자도 축복이라는 뜻”이라며 “우리가 공유하는 것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손가락으로 V자 사인을 하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60세라는 것이 한국에서는 생명과 장수를 기념하는 환갑이라고 해 특별한 날”이라며 ‘환갑’을 한국말로 발음했다. 이어 “전 세계가 한국 문화, 한류에 매료돼 있다. 제 아이들이 ‘강남스타일’을 저에게 가르쳐 주기도 했다”며 한국에 대한 친근감을 보였다.
박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는 동안 오바마 대통령은 한시도 박 대통령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 도중 자신을 바라보는 오바마 대통령과 7차례 눈을 맞추며 서로에 대한 신뢰를 확인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오바마 대통령은 두 손을 내밀어 박 대통령과 악수하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비취 장식이 들어간 은색 액자를 선물했다. 또 김치 등 한국 음식에 관심이 많은 미셸 오바마 여사에게는 한식 요리책과 반상기세트, 유기 수저를 선물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에게 대리석으로 만든 네모난 기념석을 전달했다. 기념석 앞면에는 ‘Celebrating 60 years of partnership and shared prosperity(파트너십과 공동 번영 60주년을 축하하며)’라는 글이, 뒷면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정상회담장에 미셸 여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독신인 데다 실무방문인 점을 감안한 것이다. 통상 미셸 여사는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상대국 퍼스트레이디와 함께 백악관을 둘러본다고 한다. 미셸 여사는 이 시간 워싱턴 시내 유명 서점인 ‘폴리틱스 앤드 프로스’에서 자신의 저서 ‘아메리칸 그론(American Grown)’ 판촉 및 사인회를 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나의 유권자이자 보좌관인 한국계 여성을 소개해 주고 싶다”며 정상회담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박 대통령에게 자신의 여성 보좌관을 인사시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묵은 블레어하우스(백악관 영빈관)에서 1965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 내외가 방명록에 남긴 사인을 발견하고 감회에 젖기도 했다.
미국 언론은 연일 박 대통령에게 ‘철의 여인(Iron Lady)’이라는 별명을 붙여 방미 활동을 소개했다. 결단력 있는 여성 지도자의 모습을 부각하려는 헤드라인이지만 일각에선 보수적 이미지가 굳어져 박 대통령의 외교 행보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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