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설 50주년을 맞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구상 중이다. 선관위는 그동안 정치권에 끊임없이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제출해 사전투표제와 재외국민선거제, 재·보궐선거 투표시간 연장 등을 이끌어내며 유권자의 투표 편의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관위는 1960년 3월 15일 실시된 정·부통령 선거에서의 관권 부정선거를 계기로 1962년 5차 개헌을 통해 헌법기관으로서 1963년 1월 21일 창설됐다.
○ 사전투표제 참여 높이는 방안 구상
선관위는 요즘 헌정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사전투표제가 4·24 재·보궐선거의 투표율 상승에 효력을 발휘하자 향후 정치권의 합의와 국민여론 형성 등을 전제 조건으로 사전투표의 추가 활성화 방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선관위는 이번 재·보선에서 3개 국회의원 선거구의 사전투표 평균투표율이 6.93%를 기록했고 최종 투표율이 2001년 10월 이후 역대 12번의 국회의원 재·보선 평균투표율(34.9%)에 비해 6.4%포인트 높은 41.3%로 나타나자 고무된 분위기다. 사전투표는 누구든지 부재자신고 없이도 부재자투표소가 설치된 어느 곳에서나 신분증으로 확인 절차만 거치면 선거일 전에 투표를 할 수 있는 제도로 앞으로 모든 선거에서 적용된다.
우선 투표소를 늘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사전투표는 선거일 나흘 전과 닷새 전에 선거가 치러지는 지역 읍·면·동 한 곳씩 설치된 부재자투표소에서 진행되는데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일단 대중이 모이는 공공장소에 투표소를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실제 유권자 10명 중 5명은 투표소를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가 지난달 25일과 26일 이틀간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48.0%가 투표소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구체적으로 ‘관공서, 공공기관·단체의 사무소 등에도 확대 설치해야 한다’는 응답이 35.3%를 차지했다. ‘투표 편의를 위해 백화점, 지하철역 등 다중이 이용하는 장소에도 설치해야 한다’는 답변도 12.7%로 나왔다. 하지만 통신망 보안 등이 걸림돌로 거론된다. 사전투표를 위해서는 전국의 유권자를 하나의 선거인명부로 합치는 ‘통합선거인명부’를 활용해야 하는데 외부에서 투표를 하면 이 통신망에 대한 외부 해킹 가능성과 투표장비의 기계적 오류 등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1.7%는 ‘통신망의 안전성을 위해 읍·면·동에 설치해야 한다’고 답했다.
선거일 당일에도 투표소가 설치된 전국 어디에서나 투표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방안도 논의 대상이다. 현재는 선거 당일의 경우 사전투표와는 달리 반드시 본인의 거주지가 있는 투표소에 가야 하지만 앞으로는 사전투표처럼 어느 지역에서도 투표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재는 해당 선거구로 투표용지가 배달된 뒤 개표를 하도록 돼 있어 물리적으로 선거일 당일에는 다른 지역에서의 투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유권자가 다른 지역에서 투표를 하더라도 그 지역에서 개표를 하고 본인의 거주지인 해당 선거구로 개표 결과를 신속하게 알려줄 수 있는 기술력만 확보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누리당도 유권자의 참여 확대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의 새누리당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투표 편의를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기본적으로 긍정적 입장”이라면서 “사전투표는 읍·면·동 한 곳에 투표소가 설치되기 때문에 아예 순회투표 등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황 의원은 “선거 당일 선거를 사전투표처럼 진행하면 대선은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지방선거의 경우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등 지역별로 분류해야 하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1992년 이후 12차례 투표제도 개선
그동안 선관위는 유권자의 참정권 확대를 위해 꾸준히 국회에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제출했다. 사전투표제의 경우도 2008년부터 3년간 총 3회에 걸쳐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정치권에 내면서 얻어낸 성과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1992년 대선 이후 투표제도는 12차례나 변경됐다.
대표적 사례로는 재외국민선거제도가 꼽힌다. 선관위는 2003년부터 3회에 걸쳐 줄기차게 재외국민 선거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2007년 재외국민의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는 선거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도 나면서 결국 지난해 4월 총선부터 재외국민선거제도가 전격적으로 도입됐다. 4월 총선에서는 재외국민 선거권자(223만여 명) 중 2.5%인 5만6456명에 그쳤지만 지난해 12월 대선에서는 15만8225명이 참여해 투표율이 7.1%로 올라갔다. 하지만 선관위는 총선 때 172억 원, 대선 때 125억 원 등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붓고도 투표율이 낮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선관위는 2일 인터넷과 우편을 이용한 재외선거인 등록신청 허용도 개정의견으로 제시하는 등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추가 대책도 추진하고 있다.
재·보선 투표시간 연장도 선관위가 직접 나선 경우다. 당초 오전 6시∼오후 6시였던 투표시간을 두 시간 더 연장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 의견을 2001년 국회에 제출해 2004년 6월 5일 재·보선부터 적용했다. 특히 2003년과 2005년 두 차례에 걸쳐 유권자의 참여 확대를 위해 선거권의 연령을 만 20세에서 19세로 낮추는 의견을 냈고, 2006년 5월 지방선거부터 19세도 투표권을 갖게 됐다.
하지만 선관위는 국민 사이에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커지고 투표율이 하락하자 지난해 매년 5월 10일을 ‘유권자의 날’로 지정했다. 5월 10일은 우리나라에서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라는 민주적 선거제도가 최초로 도입돼 1948년 치러진 제헌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선관위는 제2회 유권자의 날을 맞아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념식을 연다. 이날 같은 장소에서 선관위 창설 50주년 행사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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