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 중 재미교포 여대생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전격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56)이 과거에 쓴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얼굴"이라는 내용의 칼럼이 10일 온라인상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2006년 문화일보 논설위원이던 시절 김만수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경기 부천시 소사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자 이 칼럼을 썼다.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제목의 이 칼럼은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입' 이라는 비유는 포괄적이지 못하다. 대통령의 말을 단순히 옮기는 입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고, 분신이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윤 전 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의 요건에 대해 "최고 통치권자의 말과 글을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는 문사(文士)인 것은 기본 요건이다. 내정과 국제정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경륜과 혜안의 재사(才士)요 전략가"라고 적었다.
이어 "해외 TV 보도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정부 관리인만큼 준수한 용모에다 영어 정도엔 능통할 필요도 있다. 신언서판(身言書判), 즉 외모·언변·문장력·판단력이 요구되는 상징적인 국가 벼슬이 청와대 대변인이다"라고 적었다.
윤 전 대변인은 이 글에서 김만수 대변인의 사퇴를 두고 "청와대 대변인 자리를 국회의원 보선용 징검다리 정도로 생각하는 몰염치, 권력의 자리에 대한 경외심을 갖지 못하는 무감각"이라고 평했다.
이어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어떤 정신상태에서 어떤 일을 하며 지냈는지는 굳이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어디 청와대에 이런 일이 이것뿐인가. 그럼에도 개혁은 이들의 전유물이다"라며 "다음 정권은 적어도 이런 것만은 배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칼럼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하며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얼굴? 스스로 먹칠했네", "정권 수준 보여준다더니…완전 잘 보여줌", "불과 몇 년 만에 부메랑이 돼서 돌아왔네"라는 등의 의견을 남기고 있다.
또 일부 누리꾼들은 온라인에 게재된 해당 칼럼을 방문해 "성지 순례 왔습니다"라며 인증 댓글을 남기고 있다. 성지 순례란 누리꾼들이 현재 화제인 이슈와 관련된 과거 게시물을 방문해 댓글을 남기는 것을 말한다.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은 윤 전 대변인의 과거 칼럼은 또 있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해 4월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 '윤창중의 칼럼세상'에 '박근혜의 위기관리 능력, 그리고 새누리당의 본색'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이 칼럼에서 그는 '제수 성추행'의혹이 불거져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형태 당선자(현 무소속 의원)를 제명하지 않은 새누리당을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 강하게 비판했다.
윤 전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정신 차려야 한다. '색누리당' 이미지 때문에 대선 앞두고 고생깨나 하고 산통 다 깨질지도 모른다"며 "당장이라도 검찰에 고발해 진상 규명을 법의 손에 맡기고 진실로 확인되면 금배지를 반드시 떼도록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진상조사고 뭐고 할 것도 없이 목소리 들어보면 김형태 목소리인지 아닌지 모르는가! 새누리당엔 귀 밝은 사람 없나!"라고 분노를 표한 후 "요즘 대한민국 국민은 눈만 뜨면 성폭행, 성추행하는 '미친놈'들에 관한 뉴스 때문에 스트레스 정말 팍팍 받으며 살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최강수로 처방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10일 이 칼럼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된 이후 '윤창중의 칼럼세상'의 모든 포스팅은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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