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 중 성추행 의혹으로 경질됐다는 사실이 10일 알려지자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누리꾼들은 정치적 성향에 관계없이 한목소리로 윤 전 대변인의 부적절한 처신을 맹비난했다.
우파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글을 올린 닉네임 ‘hit*****’는 “‘대변인’ 윤창중이 역사적인 방미 성과를 거둔 박 대통령의 얼굴에 ×(대변)칠을 했다”며 비판했다. ‘toelo**’는 “박 대통령의 의회 연설이 좌파 사이트에서도 우호적일 만큼 이번 방미가 성공적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망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닉*’은 “윤창중의 만행에 기가 찬다. 박통 찍은 사람으로서 분하다”며 한탄했다.
좌파 성향의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는 예고된 참사라는 반응이다. 닉네임 ‘또***’는 “윤창중은 국가적 중대사가 걸린 일을 하면서 성범죄를 저지를 정도로 자기 욕망이 통제가 안 되는 인물인 것 같다”며 “그동안의 행적을 보면 이런 일 정도는 덮고 넘어갈 만한 자신이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파 성향의 한 트위터리안(@pog**)은 “윤창중은 대한민국을 배신했고,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과 이를 지지해준 애국세력들에게 비수를 꽂은 역적”이라고 성토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윤창중 사건을 두 마디로 표현하면 성(性)와대의 방미성(性)과”라며 “평시에 그런 짓을 했어도 해외 토픽감인데 가장 중요한 동맹국을 국가정상으로 방문한 현장에서 그런 짓을 했으니 전 세계인이 보는 앞에서 대한민국이 일베가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들의 비판도 잇따랐다. 양모 씨(28)는 “성폭력 척결을 외치는 여성 대통령의 대변인이 성추행했다”며 혀를 찼다. 한 시민은 “이번 방미의 최고 성과는 윤 전 대변인 경질”이라고 비꼬았다. 또 다른 시민은 “입으로 망할 줄 알았는데 손으로 망했다”고 했다.
윤 전 대변인이 쓴 책 제목이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윤 전 대변인은 ‘국민이 정치를 망친다’ ‘지성의 절개’ ‘정치 통탄한다’ ‘만취한 권력’이란 책들을 썼는데, 누리꾼들은 이를 두고 ‘윤창중이 정치를 망친다’ ‘인턴의 절개’ ‘윤창중 통탄한다’ ‘만취한 대변인’이라며 희화화했다.
윤 전 대변인이 인수위에 발탁되기 전에 운영했던 블로그 ‘윤창중 칼럼세상’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총선 직후인 4월 18일 ‘박근혜의 위기관리능력, 그리고 새누리당의 본색’이라는 칼럼에서 ‘제수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형태 국회의원 당선자를 겨냥해 “요즘 대한민국 국민은 눈만 뜨면 성폭행, 성추행하는 미친놈들에 관한 뉴스 때문에 스트레스 정말 팍팍 받으며 살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최강수로 처방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썼다. 10일 이 글이 화제가 되자 누리꾼들은 “정말 기막힌 건 당신”, “아예 일기를 쓰셨네”라고 조롱했다. 이날 칼럼세상의 모든 글은 삭제됐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패러디 영상과 글도 넘쳐났다. 한 누리꾼은 윤 전 대변인의 집 앞으로 추정되는 곳에 남양유업의 우유가 놓여 있는 모습의 패러디 사진을 올렸다. 제품 밀어내기로 곤경에 몰린 남양유업이 윤 전 대변인 사건으로 여론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자 감사의 뜻으로 그의 집 앞에 우유를 가져다 뒀다는 것이다. 9일 남양유업 대표가 대국민 사과를 하는 사진 뒤에 ‘윤창중 대변인 감사합니다. -남양유업-’이란 현수막을 붙인 합성사진도 올라왔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갑을 논쟁’으로도 이어졌다. 청와대 고위관료인 ‘갑’이 ‘을’인 20대 여성 인턴 통역과 술을 마신 뒤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윤 전 대변인이 미 수사 당국을 피해 서둘러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귀국한 사실을 놓고 ‘포스코에너지 상무’의 ‘대한항공 라면사건’에 빗댄 패러디 합성 사진도 눈길을 모았다. 이 사진에는 윤 전 대변인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라면을 바라보고 있으며 테이블에는 남양유업의 우유도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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