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평양 미사일 공장 최근 위성사진
정식 명칭은 ‘태성 기계공장’…경제난에도 공장 시설 계속 확장
“북한이 지난주 무수단 미사일 2기를 열차로 평안남도 남포시 잠진 미사일 공장에서 원산 인근으로 옮긴 뒤 발사 준비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액체연료 주입 등 4~6시간만 걸리면 언제든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상태다.”
4월 10일 국내 주요 언론이 인용해 보도한 정부소식통의 말이다. 북한의 연이은 ‘워싱턴 불바다’ 발언으로 긴장이 극대화한 시점에서 확인된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까지 한 달 가까이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동식 발사대 차량에 탑재된 채 동해 인근으로 옮겨진 미사일 발사 상황을 감지하려고 이날 이후 주변국들은 대북정보 감시태세를 강화하고 인공위성과 정찰기를 동원해 감시에 나섰다. 일본은 동해상에 이지스함 2척, 도쿄 주변에 PAC-3 요격미사일을 배치하며 유사시 요격을 공언했다. 미국 또한 괌 미군기지 인근에 탄도미사일 탐지 전용장비인 SBX-1(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과 고고도요격체계(THAAD)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역시 이지스함과 탄도탄조기경보 레이더, 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가 출동해 상황에 대응했다. 가히 사상 최고 수준의 대비태세였다. 북한 미사일 생산의 핵심 시설
이후 북한은 미사일을 탑재한 발사대 차량을 인공위성이 찾을 수 없는 갱도 내에 은폐했다가 다시 꺼내는 일을 반복하며 긴장 수위를 이어갔다. 4월 29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미사일 궤도 등을 지상기지에 전하려고 발신하는 원격정보(telemetry)와 지상기지의 통신관제 레이더 전파 등이 수신되지 않는 것으로 봐서 발사작업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같은 날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원격정보가 미수신된다고 발사작업 준비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라며 즉각 부인에 나섰다. 관련한 감시태세 역시 변동이 없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북한이 발사를 준비하는 주요 미사일 생산기지인 남포시 잠진 ‘태성 기계공장’의 최근 위성사진이 공개됐다. 4월 초 무수단 미사일 2기를 열차에 적재한 것으로 전해진 바로 그 공장이다. 북한에는 이곳 외에도 자강도 전천의 별하리 병기공장과 황해북도 사리원의 무기공장 등 총 5곳의 미사일 제작 관련 시설이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잠진 미사일 공장은 평양 산음동의 병기연구소와 함께 사거리 1000km가 넘는 준중거리 이상급 미사일을 생산하는 핵심 시설이다. 한 정부당국자는 “은하3호 등 위성발사에 활용했던 로켓 역시 잠진 미사일 공장에서 조립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위성사진은 미국의 민간 위성영상업체 ‘디지털글로브’가 2012년 10월 7일 촬영해 구글어스에 제공한 것으로, 조지프 버뮤데즈 영국 IHS제인스그룹 선임분석관은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저널에 해당 공장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올린 바 있다. 버뮤데즈 선임분석관은 북한 인민군을 해부한 다수의 저작으로 명성이 높은 군사정보 전문가다. 2010년 1월부터 그가 발간하는 북한군 관련 소식지 ‘KPA저널’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에 관해 심도 있는 분석 글을 연속 게재해 전문가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해외 군사대표단 잦은 방문
버뮤데즈 분석관의 설명에 따르면, 북측 정식 명칭으로는 ‘태성 기계공장’이라 부르는 잠진 미사일 공장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앞서 열거한 다른 군수공장에서 만든 부품과 하부 시스템을 최종적으로 결합, 조립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 행정구역상으로 남포시지만 평양의 서쪽 외곽에 해당하는 이 공장은 1980년대 스커드B 미사일을 제작할 당시부터 가동을 시작해 북한의 미사일 공장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노동미사일을 개발한 1990년대 이후에는 단거리 미사일 생산을 줄이고 준중거리 이상의 탄도탄 제작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공장은 실전에 배치할 미사일 외에 훈련용 모의제품도 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창건 기념일이나 김일성 주석 생일 등 대규모 열병식에서 카메라에 포착되는 미사일 가운데 상당수는 이러한 모의제품일 것이라고 버뮤데즈 분석관은 지적한다. 숫자를 과도하게 늘림으로써 주변국의 정확한 평가를 어렵게 만들려는 북측의 노림수가 깔렸다는 것. 위성발사에 활용한 대포동 및 은하 계열의 로켓 제작 역시 평양 산음동의 병기연구소(공식명칭은 ‘7호 공장’) 지휘를 받아 이 공장에서 상당 부분 관여한다. 2000년대 중반 철도 부설 미사일 기술 수출을 통해 막대한 외화를 벌어온 북한의 체제 특성상 잠진 미사일 공장에는 적잖은 해외 군사대표단이 방문한 바 있다. 잠재 구매고객을 위한 일종의 세일즈 견학이었던 셈. 1990년대만 해도 이란, 리비아, 파키스탄, 시리아 등의 관료들이 이곳을 방문한 기록이 해당 국가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된다. 2008년 11월에는 미얀마 군사대표단이 공장을 방문해 당시 책임자였던 김수길 지배인의 안내를 받았다고 미얀마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이들 언론에 따르면 잠진 미사일 공장은 미사일 부품을 제작하는 지하시설과 엔진 및 동체를 조립하는 지상시설로 나뉜다.
위성사진을 살펴보면 공장은 잠진리 마을로부터 2km가량 떨어진 남포시 천리마구역에 자리한다. 남포-평양 간 고속도로 인근으로, 좌표로는 북위 38도 57분 22초, 동경 125도 34분 24초에 해당한다. 주 건물 3개 동과 부속건물 3개 동을 포함해 총 36개 시설이 들어선 공장에는 1700m 길이의 담장을 둘러쳐 외부로부터의 접근을 완벽히 차단한다. 주변에는 생산기술자와 경비근무자들이 거주하는 지원시설 등도 함께 포진해 있다.
‘디지털글로브’가 촬영한 이전의 구글어스 위성사진을 시간 순으로 살펴보면 그간 지속돼온 북한의 경제난에도 잠진 미사일 공장의 시설은 꾸준히 확장돼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2년과 2009년 사진을 비교한 결과 건물 1개 동을 철거한 대신 새 건물 4개 동이 들어선 것이 대표적이다. 더욱이 2000년대 중반에 걸쳐 평양과 남포를 잇는 철도를 잠진리까지 부설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최근 무수단 미사일을 동해로 이동하면서 활용했다는 바로 그 철도다.
주 생산시설로부터 서남쪽으로 500m가량 떨어진 지점에는 엔진시험용 수직 장착대를 설치해놓았다. 무수단 기지나 동창리 기지의 발사대와 유사한 형태인 이 시설은 수평 상태에서 조립한 미사일이 발사를 위해 기립한 뒤에도 정상적인 출력을 내는지 확인하기 위한 25m 높이의 모의 발사대다. 다만 사진 속 상태로 추정해보면 무수단리나 동창리의 최신식 발사대를 완공한 후인 2000년대 후반부터는 전에 비해 사용빈도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버뮤데즈 분석관은 분석했다.
공장 주변의 산지에 건설한 지하시설 가운데 상당수는 유사시 공습에 대비해 방공포병 전력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공장 남동쪽 900m 지점의 달마산과 북동쪽 1000m 지점의 백양산에서 이들 전력이 숨어 있는 지하갱도 입구를 확인할 수 있다. 3.5km 북쪽 지점에는 이 공장에 석탄연료를 공급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보산 광산의 모습도 보인다. 사진 제공·GoogleEarth·DigitalGlobe, DigitalGlobe·KPJ Journal, KPA Journal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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