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차세대 전차 흑표(K-2·사진)의 기술을 제공받아 개발된 터키 알타이 차기 전차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수출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방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한국이 방산 기술을 전수해준 후발주자에 거꾸로 잡아먹히는 상황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의 주요 일간지 사바신문과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언론 등 외신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총참모장이 터키를 방문해 압둘라 귈 터키 대통령 등을 만나 20억 달러 상당의 터키 전차를 구입하기로 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터키의 방산업체 오토카르가 2008년 한국의 현대로템과 4억 달러 규모의 ‘전차 개발 기술협력 계약’을 체결해 본격적인 전차 개발에 들어간 지 5년 만에 해외수출에 성공한 것이다.
동생뻘인 알타이가 개발을 마치고 수출에까지 나서는 동안 형님뻘인 흑표는 전력화 시기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알타이가 흑표보다 앞서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던 것은 전차에 필요한 기술은 한국에서 수입하되 핵심 부품인 파워팩(엔진+변속기)은 일찌감치 독일 MTU사의 신형 모델을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반면 흑표는 ‘파워팩 국산화’란 명분 때문에 전력화 시기가 늦어지더라도 파워팩을 국산화하는 데 방점을 둬왔다. 실제 흑표에 대한 체계 개발은 이미 2009년에 완료했지만 파워팩 개발이 4년 이상 지연되면서 전력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흑표에 대한 시험평가 과정에서 냉각팬 속도 제어, 냉각시험 최대 출력, 가속 성능 등에서 성능 미달로 나타났지만 방위사업청은 3차례에 걸쳐 개발 완료 시한을 연장해가면서 국산화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전력화 시기가 상당히 지체되자 흑표 초도(초기) 생산분 100대에 설치할 파워팩은 독일에서 수입하되, 나머지 100대에 대해선 국산 파워팩을 쓰기로 하는 일종의 타협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수입 파워팩을 장착한 흑표의 전력화는 2014년 3월경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국산 파워팩의 개발 성공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군은 4월 초 국산 파워팩을 장착한 흑표의 내구성 주행 시험을 했으나 엔진 실린더 파손으로 멈춰서면서 국산 파워팩 시험평가를 일단 중단한 상태다. 방사청 관계자는 “현재 원인 분석에 들어간 상태”라며 “5월 중에 대책 회의를 열어 시험평가 기간 연장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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