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장정남을 인민무력부장에… 김정은 ‘軍수뇌 밀어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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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세 김격식 7개월만에 해임… 군부 세대교체 신호탄

‘소장파’ 장정남 앉혀… 군부 장악력 키우나



장정남 북한 신임 인민무력부장(점선 안)이 13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왼쪽에서 두 번째)와 함께 인민내무군 협주단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설주, 김 제1비서, 최용해 군 총정치국장,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장 부장. 오른쪽 사진은 김정은이 7일 평양 미림승마구락부를 방문해 실내 훈련장을 지시와 다르게 만들었다고 군 장성을 엄하게 꾸짖는 장면으로 북한 중앙TV가 보도한 내용이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소장파’ 장정남 앉혀… 군부 장악력 키우나 장정남 북한 신임 인민무력부장(점선 안)이 13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왼쪽에서 두 번째)와 함께 인민내무군 협주단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설주, 김 제1비서, 최용해 군 총정치국장,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장 부장. 오른쪽 사진은 김정은이 7일 평양 미림승마구락부를 방문해 실내 훈련장을 지시와 다르게 만들었다고 군 장성을 엄하게 꾸짖는 장면으로 북한 중앙TV가 보도한 내용이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한국의 국방장관 격인 인민무력부장을 75세인 김격식에서 50대의 소장파 장정남 상장(한국의 중장급)으로 교체한 사실이 13일 확인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부인 이설주의 인민내무군 협주단 공연 관람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이 대동한 인민무력부장을 장정남으로 소개했다.

4일만 해도 조선중앙통신은 인민무력부장을 김격식으로 호명했다. 따라서 최근 열흘 사이에 인민무력부장이 교체된 것으로 보인다. 2002년 4월 소장(한국의 준장급)으로 진급한 장정남은 2011년 11월 중장으로 승진했으며 최근 상장으로 진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까지 강원도 최전방 지역을 맡는 인민군 제1군단장을 지냈다. 지난해 10월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노크 귀순’ 사건 때 한국으로 넘어온 병사가 북한군 1군단 소속이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주도했던 북한 군부의 대표적 강경파 김격식 전 부장은 지난해 10월 인민무력부장에 임명된 후 약 7개월 만에 물러났다.

○ 세대교체의 서막인가

장정남이 인민무력부장으로 임명된 것은 단순한 직책 변동을 넘어서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군부 최고위직이던 인민무력부장은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의 자리가 더 중시되면서 군부 내 서열 3위 정도로 위상이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대외적으로 북한군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자리다.

그동안 군 장성들에겐 사실상 정년이 없어 계급 인플레가 심했다. 지난해까지 북한군 대장 위의 특수한 계급인 차수는 9명. 대장은 수십 명, 상장 중장까지 치면 수백 명에 이르러 중장이라 하더라도 사실상 한국의 준장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2년 전만 해도 중장이던 장 부장이 인민무력부장이 된 것은 한국으로 치면 준장이 2년 만에 국방장관까지 오른 셈으로 ‘파격 중의 파격’이라 할 수 있다. 김정은의 신임이 두텁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불과 50대인 장 부장이 인민무력부장에 임명됨에 따라 나이로나 경력으로나 훨씬 위인 장 부장의 군 선배 수백 명이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의 인민무력부장 임명은 북한군 세대교체의 신호탄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장성 수백 명이 물러나면 군이 국가의 모든 권력을 좌지우지했던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가 종말을 맞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 김 씨 일가의 군부 장악력 커지나

김정은이 자신의 후견자인 고모 김경희나 장성택과 상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장 씨를 무력부장에 임명했다고 보긴 어렵다. 김경희와 장성택이 현재 북한군 대장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는 수십 명의 대장 중 한 명이지만, 장 부장 임명을 시작으로 군부 고위층을 정리하면 김경희와 장성택은 자연스럽게 군부 내 최고 실권자로 자리를 굳히는 셈이다. 북한군에 대한 김정은의 지배력도 더 굳건해질 수 있다. 북한의 경제개혁을 반발해온 군 수뇌부가 정리되면 김정은이 자신의 의도대로 체제 변화를 이끄는 것도 훨씬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올 1분기(1∼3월)에 주도했던 대내외 강경정책이 군 수뇌부를 몰락시킨 빌미가 됐을 가능성도 크다. 북한은 2월 핵실험을 계기로 한국과 미국을 향해 도발하고 위협하면서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내부적으로 준전시에 해당하는 동원령을 내렸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김정은이 군부 강경파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별 효과가 없음을 깨달았을 수도 있다. 3월 군부대를 9번 방문했던 김정은은 4월에는 단 한 차례도 방문하지 않았다. 군부대 방문 때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장성택은 4월 김정은 공식행사 10번 중 9번을 수행했다. 군부와 장성택의 위상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북한의 불안정성은 더욱 증가

북한은 최근 전방을 담당하는 군단장을 모두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전방군단은 총 4개로 휴전선을 따라 서해에서 동해 방향으로 4, 2, 5, 1군단 순서로 배치돼 있다.

서해 5도와 황해도를 담당하며 연평도 포격사건을 일으켰던 4군단장은 변영선에서 이성국 상장으로 교체됐다. 변영선은 중부전선을 담당하는 5군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5군단장 자리를 내준 이영길은 총참모부 작전국장으로 승진했다. 작전국장은 총참모장을 보좌해 실제 군사작전을 담당하는 핵심 참모다. 작전국장을 맡았던 최부일은 인민보안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과 수도권 등 가장 민감한 지역을 담당하는 2군단장은 김형룡에서 제3의 인물로 교체됐다.

김정은의 대대적인 군인사가 북한의 최대 기득권층인 군부에 칼을 뽑은 것이라면 집권 이후 최대의 도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도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많다. 장성들이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은 낮지만 망명 등 돌출행동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능력 대신 김정은과의 친밀도에 따라 벼락 진급을 하면 군의 사기도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 벼락 진급한 군인이 성과를 만들려 하는 과정에서 대남도발을 할 수도 있다.

주성하·조숭호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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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소장파#장점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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