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방송 주파수 높여 北전역에 닿게 했으면”

대북심리전 산증인 강인덕 前장관 “진실 알면 北동포 인식 바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을 정확히 알리는 것입니다. 북녘 동포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제대로 된 정보 유입이 바로 대북(對北) 심리전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81·사진)은 대북 심리전의 역사를 잘 아는 산증인 중 한 명이다. 1961년 중앙정보부에 들어가 해외정보국장, 북한정보국장, 심리전국장을 두루 지낸 뒤 1998년 김대중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이 됐다. 1972년 7·4 남북 공동성명으로 중단됐던 대북 심리전 부활의 주역이기도 하다.

―남북 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공동성명 2조에 ‘서로 상대방을 중상 비방하지 않으며…’라고 한 약속에 따라 심리전을 중단했지만 북한이 슬그머니 통일전선전술에 입각한 대남공작을 재개했다. 하는 수 없이 우리도 북한의 체제개혁을 촉구하는 방송을 하고 삐라(전단)를 다시 보내기 시작했다.”

―심리전을 재개할 당시 여건은 어땠나.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 ‘남북 화합과 교류의 채널’을 모토로 1972년 만든 대북방송인 사회교육방송(2007년 KBS ‘한민족방송’으로 변경)을 활용했다. 당시 중앙정보부가 최고의 정보를 제공했다. 그땐 자정이면 모든 방송이 중단됐기 때문에 그 이후 시간에 집중적으로 전파를 (북으로) 보낼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하게 강조했던 내용은 무엇이었나.

“개혁 없는 개방은 소용없다는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의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포인트로 활용했다. 직접적인 효과가 나타난 것이 1983년 미그19기를 몰고 온 이웅평 상위(우리의 대위에 해당)의 귀순이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숙청당한 뒤 대북방송을 듣고 (귀순을) 결심했다고 하더라.”

―심리전 수단으로는 어떤 것이 중요한가.

“뭐니 뭐니 해도 방송이 제일 중요하다. 주파수 송출을 높여 북한 전역을 커버할 수 있도록 해 조용하게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단과 스피커 방식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노무현정부 들어서 2003년 전방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를 모두 철거한 것은 아쉽다. 여전히 북한으로 투사할 정보는 많다. 북한주민 누가 됐건 불특정 다수에게 정보가 전달될 수 있다면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북한주민의 가려운 데를 긁어줘야 한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