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北 버려야’ 글 썼다 해고된 중국 黨기관지 前간부 덩위원 인터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0일 03시 00분


“中, 北과 동맹관계 대신 北이 정상국가 되도록 영향 미쳐야”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쉐시시보의 전 부편심 덩위원 씨가 19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북한의 변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과 중국 내부의 개혁 필요성 등을 설명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쉐시시보의 전 부편심 덩위원 씨가 19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북한의 변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과 중국 내부의 개혁 필요성 등을 설명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김정은 정권은 가족 세습 정권을 버릴 수 없어 곧 붕괴할 것입니다. 중국은 이에 대비해 한국 정부와 힘을 합쳐 한반도 통일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정상국가가 되도록 중국이 영향을 미쳐야 하고, 중-북 관계도 지금처럼 초국가적인 동맹 관계가 아닌 정상적인 국가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중국에서 10년 내로 혁명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인사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온건한 생각을 가진 사람입니다. 하지만 헌법에 따라 통치하지 않으면 중국 역사에서 종종 나타났던 혼란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쉐시(學習)시보의 전 부편심(副編審) 덩위원(鄧聿文·46) 씨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그가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언론자유 측면에서 더 나빠졌다”고 한 말이 무색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 내용이라면 비교적 비판적 성향의 대학교수도 외국 언론과 인터뷰할 땐 익명을 요구했다.

‘신문명 정책연구원’(대표 장기표) 초빙으로 한국을 방문해 21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체스코회관에서 강연하는 덩 씨는 19일 동아일보와 1시간 30분가량 진행한 인터뷰에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과 21일 발표할 ‘북한 핵문제와 중국의 대북한 정책’ 등을 중심으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덩 씨는 22일 한중문화협회(회장 이영일) 주최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포럼에서도 강연한다.

덩 씨는 FT에 ‘중국은 북한을 버려야 한다’(2월 28일자) ‘혁명하지 않으면 중국 공산당도 혁명의 대상이 될 수 있다’(5월 14일자) 등 ‘도발적인 내용’의 글을 잇달아 기고해 화제가 됐다. 덩 씨는 지난해 9월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10년 집권 기간을 평가하는 ‘10가지 문제점’이라는 글을 썼다가 정직 처분을 받았고 올 2월 FT 기고 후에는 직장에서 쫓겨났다.

―중국은 북한의 동맹국인데, 북한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중-북 간의 불신은 중-미, 중-일 간보다 훨씬 심각하다. 김정은이 집권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중국에 한 번도 오지 않았고, 고위층 상호 방문도 한두 차례에 불과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양국은 추구하는 노선이 너무 달라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북한이 지금과 같은 가족 세습 통치를 유지하려고 하는 이상 이런 모순은 해결하기 어렵다. 북한은 중국이 어느 순간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한다. 반면 중국은 북한이 미중 간에 이간질을 하다가 어느 순간 중국을 배반하고 미국에 경도되어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자신들의 정권 유지에 핵무기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북한은 개혁개방 가능성이 없는가.

“개혁개방에 나서면 선군정치로 이익집단이 된 군부가 피해를 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군부 반대 없이 개혁개방을 하려면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와 같이 군부의 부패를 허용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전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 핵 포기 등을 위해 중국이 역할을 더 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시각이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정책 변화 가능성은….

“중국도 유엔 안보리 결의 2094호에 동의하고 안보리 결의안 범위 내에서 중국 내 북한 은행 계좌 동결 등 많은 조치를 하고 있다. 3차 핵실험까지 한 북한을 처벌하지 않으면 더이상 어떤 대담한 극단행동을 할지 모르고, 국제사회에 편입돼 대국으로서 인정받아야 하는 중국이 ‘정의롭지 못한 국가’로 낙인찍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을 너무 몰아붙이면 중국에 대한 최후의 신뢰가 무너져 ‘적의 품으로’ 가버릴 수도(미국에 경도됨을 의미) 있다는 것이 중국의 고민이다.”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 주도적으로 나선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지금으로서는 북한 정권이 개혁개방에 나설 가능성이 없으며 붕괴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수동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맞으면 중국에 적대적인 국가가 들어설 우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 후 중국의 이익 확보를 위해서라도 한국 정부와 적극 협력해 통일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통일 후 한반도 비핵화, 미군 철수, 북한 지도부에 대한 보복 금지 등이 전제조건이다.”

―프랑스 사상가 알렉시 드 토크빌이 쓴 ‘앙시앵레짐과 프랑스 혁명’을 중국 지도부에서 많이 읽고 있다고 했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다섯 번을 읽었다. 프랑스는 루이 16세의 번성기에 대혁명을 낳았다. 중국 내부에서 현재 여러 가지로 전성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점에서 중국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FT 기고에서 혁명의 조건으로 들었던 민생 파탄, 지도층의 혁명 공감, 리더십 위기 등 어느 것도 현 중국 상황에는 맞지 않다고 했는데….

“토크빌이 말한 것처럼 상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참지 못하겠다’고 느낄 때가 위험하다. 언론의 자유가 확대되고 정치 체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혁명이라기보다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덩 씨는 장시(江西) 성 신위(新余) 출신으로 베이징(北京)의 중앙민족대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전공했다. 졸업 후 5년가량 군소 언론사에 다니다 2002년 공산당 최고의 교육기관인 중앙당교의 기관지 쉐시시보에 들어가 3월 해임될 때까지 줄곧 근무했다. 덩 씨는 현재 기고 등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영국 노팅엄대 초청으로 8월 영국에 가 6개월간 머물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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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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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5-20 03:47:18

    중국이 버린다고, 미국품에 안긴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미국은 북한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북한이 사라지는걸 필요로할 뿐이다. 미국은 절대로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걸 인정할수 없다.

  • 2013-05-20 13:42:48

    김정은 운명은 길어봐야 내년 3월까지다 그것도 비참하게 현장에서 바로 총맞을 운명이다.

  • 2013-05-20 07:50:01

    붕괴가 이루어지려해도 남한의 좀비들 때문에....ㅋㅋ, 지탱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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