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8, 19일에 이어 20일에도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 또는 신형 방사포(다연장로켓)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군 당국은 사흘째 계속된 북한의 대남 무력시위가 실제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20일 오전 11시∼낮 12시, 오후 4∼5시 원산 인근 호도반도에서 동북쪽 방향으로 단거리 발사체를 1발씩, 모두 2발을 발사했다”며 “추가 발사 가능성이 높아 북한군 동향을 면밀히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이 발사체를 쏴 올린 이후에도 이동식 발사차량이 인근에 계속 대기 중인 모습이 미국 정찰위성에 포착됐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이날 발사된 발사체 2발은 약 120km를 날아 동해상에 떨어졌다. 해군 이지스함과 지상레이더가 포착한 탐지 정보를 분석한 결과 이 2발은 북한이 18, 19일 쏴 올린 4발의 발사체와 발사지점, 사거리, 낙하 장소가 매우 유사했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발사체의 종류와 사흘 연속 무력시위를 벌인 배경 등을 분석 중”이라며 “북한이 한반도 긴장을 재차 조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해 북방한계선(NLL)이나 휴전선(MDL) 등 최전방 지역에서 북한군의 도발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북한의 위협 행동을 단순한 대남 무력시위로 보기엔 석연찮은 대목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북한이 거의 유사한 발사 각도와 비행 궤도, 낙하지점으로 사흘 연속 발사체 6발을 해상으로 발사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해상의 ‘특정 지점’을 가상 표적으로 정한 뒤 발사체를 잇달아 날린 정황을 뒷받침한다. 외견상 긴장 조성을 위한 무력시위로 보이지만 신형 무기의 성능 시험이나 군사적 도발을 염두에 둔 타격 훈련일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 ‘실전 테스트뒤 도발’ 3년전 연평포격 때와 비슷 ▼
군 소식통은 “KN 계열의 단거리 미사일 개량형 또는 300mm 이상의 대구경 로켓(방사포) 등을 실전 배치하기 전 최종 성능 테스트를 하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군 일각에선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때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북한은 같은 해 8월 서해 NLL 인근 해상에 해안포로 일제 타격식(TOT·특정 지점에 각종 구경의 포탄을 동시에 발사)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당시 군은 이를 ‘위협용 무력시위’로 여겨 간과하다가 석 달 뒤 북한의 기습 도발에 당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은 성능이 확인된 신형 무기로 서북도서 등 대남 군사표적에 대한 기습 도발을 언제든 감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우리 군대의 군사훈련이 강도 높게 진행 중이며 이는 누구도 시비할 수 없는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20일 “미제와 괴뢰패당은 우리 군대의 로켓발사훈련을 악랄하게 걸고 들면서 반공화국 대결 소동에 미쳐 날뛰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는 많은 이의 바람으로, 이는 관련국이 짊어진 공동 책임”이라고 말해 간접적으로 북측에 유감을 표명했다. 훙 대변인은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며 “우리는 관련 보도와 (관련국들의) 반응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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