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북한인권 국제 콘퍼런스’가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 기조발제를 할 예정이던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대북인권특사가 ‘행정적 이유’로 갑자기 방한을 취소했다는 소식에 이런 웅성거림이 들렸다.
느닷없이 돈 이야기가 튀어나온 이유는 이번 행사를 주최한 북한인권정보센터가 관련 예산 확보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이 센터가 신청한 예산 지원안을 마지막 검토 단계에서 3분의 2 수준으로 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과거 북한인권 관련 행사를 지원했던 경제단체들도 난색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센터는 해외 참석자들의 항공료와 숙박비용조차 마련하지 못해 마지막까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통일부와 함께 주요 후원 부처였던 외교부는 행사 만찬을 주최하는 것으로 예산상의 지원을 대신했다. 그러나 콘퍼런스와 만찬에서 외교부 당국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성신여대 교수인 김영호 한국 인권대사가 참석하는 것으로 갈음했다는 것이 외교부 설명이다. 외교부 내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통일비서관을 지낸 김 대사를 ‘곧 떠날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센터 관계자는 “박근혜정부가 북한인권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가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3만5000여 건의 북한인권 침해 관련 데이터베이스(DB)를 축적한 이 분야의 국내 최대 민간단체다. 이런 단체가 겪은 재정적 어려움은 북한인권 관련 활동가들의 열악한 실상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등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북한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해결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은 “북한인권 문제는 늘 소리만 요란할 뿐 행동과 실천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북한인권법안이라는 것이다.
7월이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조사팀이 방한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정부가 그 조사팀에 어떤 실질적 조치와 가시적 성과를 보여 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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