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 비서의 최측근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22일 중국을 방문했다. 김 제1비서의 특사 자격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 북·중간 고위급 대화가 이뤄지게 됨에 따라 그동안 경색됐던 북·중 관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선로동당 제1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특사로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하기 위하여 22일 비행기로 평양을 출발하였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최 총정치국장이 중국을 방문하는 이유나 일정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뒤 집권한 김 제1비서가 중국에 특사를 보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북한이 고위급 인사를 중국에 파견하기는 작년 8월 김 제1비서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이후 9개월 만이다.
또 북·중 고위급 인사 교류로는 지난해 11월 리젠궈(李建國) 중국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의 방북 이후 처음이다.
한동안 양국 간 고위급 접촉이 없었던 상황에서 최 총정치국장의 방중이 이뤄짐에 따라 김 제1비서가 중국 지도부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주목된다. 일단 중앙통신이 최 총정치국장을 김 제1비서의 특사라고 명확히 한 만큼 중국의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날 가능성은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총정치국장이 김 제1비서의 친서를 전달할 확률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이번 최 총정치국장의 중국 방문으로 올해 북한의 제3차 핵실험 등으로 이상기류가 감지돼온 북·중 관계와 긴장 국면이 이어지는 한반도 정세에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 말 한미 군사훈련인 '독수리연습'이 끝난 뒤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가 다소 완화됐기 때문에 한반도에 대화 국면이 조성되는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달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하는 일정을 협의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에 전격적으로 특사를 파견함으로써 중국을 둘러싼 남북한의 외교 노력 향배에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중국이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에서 장성택 부위원장이 아닌 최 총정치국장을 특사로 보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총정치국장은 경제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이와 관련해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날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차원에서 최룡해 같은 무게 있는 인사를 중국에 보낸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미·중,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관계를 강화하고 미국에 대한 메시지를 중국을 통해 전달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김정은 제1비서의 방중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과 함께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 측 입장을 중국에 전달하려는 의미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특사 자격으로 군부의 제1인자를 보낸 것은 중국 측이 북한 측과 북한의 핵 및 장거리미사일 문제를 가지고 논의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볼수 있다"며 "중국은 현재 북한이 핵과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와 타협적인 조치를 취해야 북중 관계 회복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최 총정치국장이 북한의 추가 핵실험 포기 등 중국이 바라는 모종의 선물을 가지고 방중 했다면, 이번 최룡해의 방중을 계기로 김정은의 방중 및 북중 정상회담 개최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최 총정치국장은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북한 군부의 최고위급 인사로 최근 김 제1비서의 현지지도 등 공개활동을 많이 수행하는 등 핵심실세로 꼽힌다.
그는 김일성 주석의 절친한 항일빨치산 동료인 최 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차남이고 북한의 실세인 장 부위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