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공장과 기업소가 직접 노동자 임금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4월부터 도입했다고 AP통신이 27일 보도했다. 북한 박봉주 내각총리의 몰락과 함께 묻혔던 북한의 개혁정책이 그의 부활과 함께 다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북한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이기송 교수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지난달 1일부터 공장주가 노동자의 임금을 직접 결정하는 새 정책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북한에서는 국가가 노동자의 임금을 결정했기 때문에 개별 노동자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국가가 규정한 임금 이상은 받을 수 없었다.
이 교수는 “공장은 이제부터 노동자의 성과에 따라 임금을 지불한다”며 “당국에 공장 투자금을 환수한 이후에 개별 공장은 기술력 향상, 공장 문화 발전 그리고 노동자들의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해 수익금을 전부 국가에 내놓지 않고 투자금 형태로 놔둘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새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공장에서는 이미 노동자의 임금 인상이 이뤄졌다”며 “개별 노동자는 전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얼마간의 시험기간을 거쳐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이번 조치가 개혁개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북한 정부가 자본주의 요소를 도입한다고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생산자원의 사회주의적 소유 방식은 우리 공화국에서 확고히 지켜지고 있으며 우리는 이런 방식을 계속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2002년 7월 북한은 공장 기업소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회주의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발표했으나 이를 주도한 박봉주 총리가 보수파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실각해 불과 3, 4개월 만에 흐지부지됐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박 총리가 4월 총리로 복귀하면서 다시금 개혁안이 현실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북한 소식통은 27일 “아직 지방의 공장에서는 구체적인 지침을 하달 받지 못한 상태지만 과거에 했던 경험이 있어 생소하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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