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中통과비자 이용 하루만에 강제북송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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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 꽃제비 9명 中 거쳐 北으로

라오스에 추방된 뒤 중국을 거쳐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 등 9명은 북-중 접경지역 특히 양강도 혜산시에서 꽃제비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15세와 16세 소녀가 둘이고 남자 7명은 △23세 △20세(2명) △19세 △18세(2명) △16세로 파악됐다.

탈북자들은 한두 명씩 중국 지린(吉林) 성 창바이(長白) 현 등으로 넘어와 변경지역을 떠돌다 선교사 부부를 만났다. 선교사 부부는 이들을 비교적 안전한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으로 데려와 돌봤다. 선교사 부부는 인원이 늘어나자 이달 초 버스를 빌려 번호판을 바꿔가며 열흘 동안 중국 남쪽으로 이동해 라오스 국경을 넘었다. 여름 장마가 오기 전에 메콩 강을 건너 6월 전에는 한국대사관으로 들어가겠다는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영주권자인 선교사 부부가 라오스 지리를 잘 몰랐던 탓에 라오스 국경수비대의 검문검색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007 작전’처럼 전광석화로 이뤄진 강제 북송

북한 당국이 ‘꽃제비’ 생활을 하다가 탈북한 뒤 라오스에서 적발된 이들 9명을 라오스 정부로부터 인도받은 지 하루 만에 비행기를 3번 이용하면서 곧바로 북으로 압송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은 중국을 거치면서도 중국의 법망을 교묘히 따돌려 중국이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사실상 처음 공개된 대규모 탈북 사건이다. 북한 당국은 중국도 아닌 제3국에서 이들을 전격 압송하는 데 성공하면서 체제 단속 시스템이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베이징(北京) 소식통은 “김정은 정권은 탈북을 대표적 체제 위협 행위로 규정해온 만큼 이번 강제 북송은 탈북 움직임을 막는 데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속전속결식 북송이 최선책이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현재 라오스에선 평양으로 가는 비행기 직항이 없다. 선박을 이용할 경우 몇 달이 걸리고, 게다가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는 인권 문제로 확대되면 북한 정권에는 상당한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북한은 타국을 경유하되 해당 국가의 법률에 저촉되지 않고 최대한 신속하게 북송하는 ‘통과비자’라는 방법을 찾아냈다. 통과비자는 24시간 안에 제3국으로 출국하는 비행기 티켓이 있는 경우 중국에선 도착 후 심사 없이 받을 수 있다. 도시 2개까지는 경유가 가능하다.

과거 이런 사례는 거의 없었다. 탈북자 북송 사건은 중국 내에서 중국 당국에 적발되는 탈북자에 국한됐다. 중국은 한국공관 진입에 성공한 탈북자들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한국행을 묵인해 왔다.

○ 일반 꽃제비보다 처벌 수위 높아질 듯

북한이 북송된 탈북 청소년 등을 어떻게 처벌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지금까지 북한 당국은 미성년 꽃제비인 경우 중국에서 북송돼 왔어도 훈계 처벌만 하고 꽃제비 집단 수용소인 구호소에 보내곤 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엔 한국으로 향하다 체포됐다는 점, 선교사와 함께 오랫동안 머무르며 기독교의 영향을 받았던 점 때문에 처벌의 수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만 18세가 지난 탈북 청소년의 경우 성인에 준한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 향하다 체포된 경우 일반적으로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간다.

북한이 지금까지 재입북 탈북자 기자회견 등을 통해 탈북자들을 국정원의 배후 조종으로 납치돼 억지로 남쪽으로 끌려간 사람들이라고 주장해 왔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탈북 청소년 등이 북한 당국의 이용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은 올 들어 탈북 꽃제비 문제가 한국과 국제사회의 이슈가 되자 “탈북 꽃제비를 근절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북-중 국경 마을에 주민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일부 마을을 소개(疏開)했으며 국경에 초소를 더욱 촘촘히 배치하고 철조망을 세웠다. 또 휴대전화 추적 장비를 도입해 국경을 오가는 통신을 단속했다. 이 때문에 탈북자가 크게 감소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북한 보위부 해외반탐처인 3처는 최근 탈북자 귀환 특수 공작조를 만들어 해외에 파견했으며 중국 당국도 이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한다.

베이징=이헌진·고기정 특파원, 주성하·이정은 기자 mungchii@donga.com
#탈북#강제북송#탈북 꽃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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