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변하는 모습 보여주면서 수를 써야지, 노골적으로 수를 쓰면 우리를 핫바지로 보는 것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9일 현대경제연구원이 주최한 한반도경제포럼 조찬 강연에서 작심하고 북한을 비판한 데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류 장관은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한 북한의 주장에 대해 "북한이 나름대로 무슨 전술을 쓰는데 우리가 끌려갈 생각은 없다"며 "북한은 과거에 늘 봐왔던 대로 관(官)과 민(民)을 분리시켜서 스멀스멀 들어와서 문제를 어물쩍 넘기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또 "내가 (개성공단을) 남북관계의 '마중물'이라는 표현한 다음날 개성공단 출경이 차단됐다"며 "속된 말로 '통일부 엿 먹어라'는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수 출신인 류 장관이 평소 교류하던 학계 인사들이 모인 자리라서 편안하게 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부 관계자는 "류 장관이 북한이 남북 당국간 대화제의에 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다소 강한 표현을 쓴 것은 교수 출신인 류 장관이 학계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편안하게 말한 것"이라고 뉴시스에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도 미묘한 시점에 통일부 장관이 북한을 자극하는 표현을 써 간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북한은 개성공단 정상화와 원자재와 완제품 반출을 위한 우리 정부의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 제의에 응하는 대신, 민간단체에 6·15 선언 기념행사 개최를 제의했다.
또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게 물자 반출을 허용할 것처럼 개별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8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측이 개성공업지구에 대한 기업가들의 방문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그들이 들어오면 제품반출 문제를 포함하여 공업지구 정상화와 관련한 어떠한 협의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사태의 책임을 우리 정부 측에 전가한 것이다.
류 장관은 이처럼 개성공단 파행의 원인제공자인 북한이 슬그머니 뒷짐 지고 '남남 갈등'을 유발하는 것에 대해 강한 경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28일 "북한은 우리의 당국간 대화제의에 답하지 않으면서 민간단체에 당국의 참여를 제안하는 등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성명을 통해 비판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29일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 북한에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 수용과 국제적인 규범 준수를 거듭 촉구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여러 가지 의혹을 사는 행위를 하지 말고 정부가 제안한 당국간 대화에 나와야 한다"며 "밤에 길을 갈 때 가로등이 설치된 대로와 울퉁불퉁한 길 중에 보행하기 좋은 길을 가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인데, 북한이 당국간 대화라는 합리적인 길을 외면하고 다른 길로 가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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