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서 추방돼 강제 북송된 탈북자 9명을 이끌었던 선교사 주모 씨 부부는 2006년부터 중국의 은신처에서 탈북 청소년을 돕는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 부부가 최근까지 한국에 데려온 탈북자는 2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강제 북송된 9명도 다른 탈북자 7명과 함께 이 은신처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희태 북한인권개선센터 사무국장은 “이 은신처에서 제3국으로 가기 위해 대기하던 다른 탈북 청소년 13명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며 “9명의 강제 북송 건 때문에 꽃제비 탈북 청소년에 대한 지원 활동이 크게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탈북 청소년 16명의 엇갈린 운명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가 본보에 제공한 사진에 등장하는 탈북자는 모두 15명이다. 여기에는 피랍 일본 여성의 아들이나 다른 의미의 요인(要人)으로 추정되는 백영원 씨(20)는 포함되지 않았다. 김 사무국장은 “백 씨는 올해 들어서 뒤늦게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탈북 그룹은 모두 16명인 것이다.
사진에 찍힌 탈북자들은 오랜 ‘꽃제비’ 생활과 결핵 등 질병의 영향 탓인지 전반적으로 체구가 왜소하다. 특히 가장 연장자인 23세 문철 씨가 최연소인 15세 노애지 양과 키가 비슷하다. 다른 사람들도 16∼20세로 나이가 다양하지만 하나같이 성장은 15세에서 멈춘 것처럼 보인다.
8명과 백 씨는 5월 중국을 가로질러 라오스로 이동했다가 체포됐다. 그리고 18일간 외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구금돼 있다가 북한 요원의 손에 이끌려 강제 북송됐다. 길게는 3년을 기다렸던 한국행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은 31일 종합편성TV 채널A에 출연해 “아이들이 라오스 구금시설에서 ‘한국 간다’는 말에 신이 나 짐 안에 자신의 사진, 성경책을 하나도 안 빼고 다 넣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탈북 시도에 불법 종교가 더해진) 누범(累犯)으로 북한에 송환되면 곧바로 죽음을 맞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이사장에 따르면 이들 9명은 라오스 이민국에 있을 때 외출이 허락되면 30분 거리인 미국 대사관까지 매번 가서 ‘대사관 담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했다. 작은 체구의 이 9명은 “우리도 (대사관) 담을 충분히 넘을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사진 속 15명 가운데 3명은 올 2월 미국에, 4명은 지난해 한국에 안착했다. 특히 미국으로 간 아이 3명은 올해 1월 미국 의회에서 ‘북한 어린이복지법(로이스 법안)’이 통과되면서 혜택을 받았다. 이 법은 외국에서 유랑하는 탈북 어린이에게 ‘즉각적인 보호 지원 입양’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대표적 탈북 꽃제비 은신처도 타격
중국 은신처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던 아이들 13명도 발각 위험에 빠져 체포와 도망자 신세 중 하나를 강요당하게 됐다.
사진 속 15명 중 김모 군(16)은 올해 미국 입국 과정에서 작성한 증언서에서 “항상 배가 고팠어요. 한번은 중국 공안에 잡혔는데 여러 명이 저를 마구 때리는 거예요. 그 바람에 이빨이 다 부러져 버렸어요”라며 중국 내 생활의 비참함을 전했다.
선교사 주 씨 부부는 처음부터 탈북을 목적으로 꽃제비 일행을 도운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들은 굶주린 아이들을 먹이고 재우고 치료하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북한 당국이 수시로 장마당을 돌며 꽃제비를 체포해 ‘구호소’라고 불리는 꽃제비 전문 수감시설에 가두기 때문이다. 구호소에서는 가혹 행위와 굶주림이 일상화돼 있으며 심지어 갇혀 있는 동안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씨는 아이들에게 ‘치료가 끝나고 원한다면 북으로 돌아가라’고 말해 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바깥 물정을 알아 가면서 ‘한국에 가고 싶다’는 말을 아이들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 은신처가 노출되면서 주 씨의 이런 구호 활동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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