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法의 城’ 로펌 김앤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일 03시 00분


독보적 1위 로펌 김앤장의 明과 暗

변호사 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를 고수하는 ‘김앤장법률사무소’는 한국 사회의 명과 암의 양면을 동시에 보여 주는 존재다. 의뢰인들은 그들의 실력에 감탄하지만 상대방은 그들의 막강한 힘에 두려움과 질시를 갖고 있다. 5월 28일 김앤장 사무실이 들어서 있는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세양빌딩 1층 로비에서 김앤장 간판에 비친 빛과 그림자를 렌즈에 담았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변호사 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를 고수하는 ‘김앤장법률사무소’는 한국 사회의 명과 암의 양면을 동시에 보여 주는 존재다. 의뢰인들은 그들의 실력에 감탄하지만 상대방은 그들의 막강한 힘에 두려움과 질시를 갖고 있다. 5월 28일 김앤장 사무실이 들어서 있는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세양빌딩 1층 로비에서 김앤장 간판에 비친 빛과 그림자를 렌즈에 담았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넘어설 수 없는 1위 기업에 대한 시기 질투일까?

법조계에서 김앤장의 이미지는 종종 영화 ‘데블스 에드버킷’(1997년)이나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2011년)에 나오는 ‘머리는 뛰어나지만 가슴은 차가운’ 변호사들로 형상화된다. 의뢰인이 범죄를 저지른 것을 알면서도 법의 허점을 이용해 소송에서 반드시 이기는 변호사들이라는 것이다. 어느샌가 김앤장은 정확하고 깔끔한 업무처리로 의뢰인들의 찬사를 받는 동시에 상대에게는 두려움을 주는 존재가 됐다.

최태원 SK 회장이 1심에서 법정 구속된 뒤 변호인단에서 빠지는 등 다소 위상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던 김앤장은 서울중앙지검이 현재 수사 중인 CJ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의 변호를 맡으면서 다시 존재감을 과시했다. 대기업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은 역시 김앤장뿐이라는 사실을 재확인시킨 셈이다. 한 대기업 사내 변호사는 “윗선에서는 ‘김앤장이 패소할 정도면 나머지 로펌들도 다 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어 일단 김앤장을 선택한다”고 전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주요 고위공직자 후보로 김앤장 출신 인사들이 연이어 지목된 것도 김앤장이 가진 ‘맨파워’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수임 사건이나 매출액, 변호사들의 개별 업무까지도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법조계의 ‘거대한 성(城)’ 김앤장. 그 명(明)과 암(暗)을 들여다본다.

과거: 1973년 겨울, ‘김’과 ‘장’ 손잡다

1973년 1월.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구세군회관 건물에 31세의 ‘늦깎이’ 변호사가 사무실을 열었다. 그의 이름은 김영무(71). 스물둘의 어린 나이에 사법시험에 차석 합격했지만 사법대학원(사법연수원의 전신)을 마치고 곧바로 미국 유학을 떠났던 그였다. 판사와 검사로 임관한 사시 동기 대부분이 한창 이름을 날릴 무렵 그는 겨우 사무실 한 칸을 얻었다. 당시 미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들어간 유학생들이 1년 남짓한 법학석사(LLM) 과정을 밟는 것과 달리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3년 과정을 거쳐 법학박사(JD)를 받았고, 미국 대형 로펌 ‘베이커 앤드 매켄지’의 미국 본사와 일본 지사에서 근무했다는 것 말고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2개월 뒤 김 변호사의 서울대 법대 동기인 장수길 서울지법 판사(71)가 법복을 벗었다. 2년 전인 1971년 6월 ‘신민당사 농성사건’ 가담자들에게 전원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이 그의 발목을 잡았던 것. 정계성 씨(62) 등 서울대 법대 3학년생 10명이 국회의원 선거를 막기 위해 당시 야당인 신민당 당사에 들어가 시위를 벌인 사건의 재판에서 장 판사는 “공공질서에 위해를 가져올 악의나 과격성을 찾아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었다. 1973년 겨울, 김 변호사는 사직한 뒤 실의에 빠져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던 장 변호사에게 ‘서구식 로펌’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12월 26일 그들은 합동사무실을 열었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시작이었다.

‘김앤장’은 구체적인 매출액과 수임료, 구성원들의 역할이 베일에 싸여 있는 ‘그들만의 성(城)’이다. 이 속에서 변호사들은 매일 밤을 새워 변론을 준비하고 각종 서류더미에 파묻혀 시간을 보낸다. 5월 28일 오후 김앤장의 한 변호사가 일에 몰두해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김앤장’은 구체적인 매출액과 수임료, 구성원들의 역할이 베일에 싸여 있는 ‘그들만의 성(城)’이다. 이 속에서 변호사들은 매일 밤을 새워 변론을 준비하고 각종 서류더미에 파묻혀 시간을 보낸다. 5월 28일 오후 김앤장의 한 변호사가 일에 몰두해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인재발탁 → 국제교육 → 고급변론 ‘법조계의 삼성’ ▼

1976년 9월에는 정계성 변호사가 합류했다. 사법시험 차석에 사법연수원 수석이었던 그는 장 변호사가 무죄를 선고한 ‘신민당사 농성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유신시절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계속 유예돼 법관 임용이 불투명해지자 결국 김앤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에게 김앤장행을 권유한 것은 훗날 헌법재판소장과 박근혜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김용준 당시 서울지법 부장판사였다. 정 변호사의 합류는 김앤장의 성장에 큰 발판이 됐다. ‘사법연수원 수석이 간 곳’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법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후배 변호사들이 매년 2, 3명씩 김앤장으로 모여들었다. 개소 9년 만인 1982년 김앤장은 사법시험 최연소 합격, 사법연수원 수석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15명의 변호사가 모여 있는 중견 로펌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김앤장의 성장 배경에 ‘신민당사 농성사건’이라는 ‘역사적 우연’만 작용한 것은 아니었다. 김앤장이 세워질 때는 이미 ‘김·장·리’(법무법인 양헌의 전신)와 ‘김·신·유’(법무법인 화우의 전신) ‘중앙국제법률사무소’ 등 로펌들이 각자의 영역을 개척하던 시기였다. 특히 ‘김·장·리’와 ‘김·신·유’는 각각 한국에 진출한 미국계 기업과 유럽계 기업에 대한 자문업무를 양분하고 있었다. 후발주자인 김앤장은 새로운 전략을 짰다. 두 대형 로펌에서 떨어지는 하청업무를 처리하는 한편 틈나는 대로 일본의 특허법, 영국의 해상법 등을 공부했다. 향후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 국제 거래에 대한 자문과 소송이 늘 것이라고 보고 이를 ‘블루오션’으로 삼은 것이다.

‘블루오션’ 내다본 ‘선견지명’

김앤장은 속속 모여드는 젊은 변호사들에게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김앤장의 한 관계자는 “당시 외국계 기업들은 김앤장에 일을 맡기며 홍콩에 있는 해외 로펌에 자문하라고 주문했는데 이는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때문에 김앤장의 초기 구성원들은 회사법, 지식재산권, 국제중재, 노동, 금융, 증권, 해상법 등 각 분야를 정해 해외 입법례와 판례를 공부하며 전문지식을 쌓아 나갔다.

변호사들의 해외 유학제도를 업계 처음으로 도입한 김앤장의 인재육성시스템도 한몫했다. 김앤장은 4, 5년간 일한 변호사들에게 학비와 체재비, 급여를 모두 제공하며 미국 로스쿨 등에 유학을 보내는 제도를 만들었다. 정계성 변호사가 유학을 다녀온 뒤로 300여 명의 변호사가 뒤를 이었다.

김병수 셰퍼드멀린 한국사무소 대표(미국 뉴욕 주 변호사)는 “국내에서 공부한 변호사들의 국제 감각을 키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겠지만 변호사의 실력 향상을 위해 1인당 연간 1억여 원을 투자하는 것은 김앤장의 폭넓은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후발 주자의 공격적 경영방식이 먹힌 것일까. 1970년대 후반, 씨티은행 한국지사가 “고정적으로 법률자문을 제공해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까다로운 대형 고객인 외국계 은행이 법무 분야 파트너로 김앤장을 낙점한 것이다. 파급력은 컸다. 체이스맨해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도쿄은행 등이 속속 김앤장에 사건을 의뢰하기 시작했다. 박정희 정부의 수출장려 및 중공업 육성 정책은 김앤장의 고속 성장에 불을 지폈다. 국내 은행과 대기업들은 앞다퉈 해외차관을 들여왔고 국내 기업의 해외자본 합작투자와 기술 도입도 활발해졌다. 그 뒤에는 항상 김앤장이 힘을 보탰다. 1980년대를 맞아 금융 증권 분야 자문 업무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기업들은 해외에서 전환사채(BW) 등 유가증권을 발행하는 일에 항상 김앤장의 도움을 구했다.

김앤장은 지난해 2월 영국 법률전문지 ‘후즈후 리걸’에 세계 100대 로펌 중 하나로 국내 로펌 중에서는 처음 선정됐다. 해외 법률전문지가 집계한 지난해 거래 규모 기준으로 국재중재 분야 24위, 조세 분야 12위, 인수합병(M&A) 분야 아시아 1위에 올랐고, 10년 연속 국제금융 분야 한국 최우수 로펌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름값만으로 김앤장을 고르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한 대기업 법무팀 변호사는 “소속 변호사가 가장 많고 인력풀이 다양하다 보니 뛰어난 변호사 비율도 높다. 경험과 노하우가 외국 로펌 못지않다”고 말했다.

김앤장은 금융, M&A 등 20여 가지 다양한 전문 분야 소속 변호사를 분류해 놓고 사건별로 해당 분야 변호사를 뽑아 자문이나 소송을 진행한다. 저작권과 관련한 국제소송이 시작되면 국제중재, 지식재산권, 금융 등 각 분야에서 변호사 1, 2명을 뽑아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방식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정부부처 전직 관료들을 영입하면서 정부의 업무처리와 관련된 노하우에 법적 전문성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한 기업 법무팀 관계자는 “전직 고위공직자가 상담이나 회의에 함께 나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 정부 입장 등 고급 정보가 담긴 의견서를 믿을 수 있는 데다 오해받지 않으면서 정부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속살’ 내보인 적 없는 견고한 성(城)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부담스러워서요. 제가 잘 아는 것도 없고… 나중에 봅시다.” 김앤장에 대한 취재 중 한 경쟁 로펌 변호사는 만나기로 했던 약속 시간 2시간 전에 기자에게 갑자기 전화해 인터뷰를 거절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가 김앤장에 대해 속속들이 안다는 얘기를 듣고 어렵게 약속까지 잡았지만, 막판에 결국 마음을 바꿨다. 익명을 보장하겠다고 설득했지만 허사였다. 대한민국에서 견고한 성을 구축하고 있는 김앤장에 대해 언급한다는 것은 그만큼 부담스러운 일이다.

2000년대 들어 1위 로펌의 지위를 확고히 굳힌 김앤장은 법조계에서 최대 권력으로 자리 잡았다. 2007년 3월 국회에서 열린 ‘한국 사회의 성역,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를 시작으로 김앤장은 ‘법조계의 삼성’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잇따라 김앤장 출신 인사들이 고위공직자 후보로 지목되면서 진보진영에서는 ‘김앤장 공화국’이라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김앤장은 도무지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구조로 짜여 있다. 수임료, 매출액, 관여한 사건과 관련한 정보는 일부를 제외하곤 드러나지 않는다. 소속 구성원이나 보수도 베일에 가려 있다. 김앤장의 수임건수나 매출액에 대해 단편적으로나마 살펴볼 수 있는 건 2009년 국회 국정감사 당시 동아일보가 우윤근 민주당 의원실의 도움을 받아 입수한 ‘2008년 대형로펌별 수임실적’이 거의 유일한 자료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김앤장은 형사, 민사, 행정사건을 통틀어 581건을 수임했고 매출액은 4600억 원으로 추산됐다. 2위인 법무법인 태평양은 607건을 수임하고도 130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김앤장과 매출액 차이가 3배 이상 났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앤장은 지난해 76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5년새 65%의 성장세를 보인 셈이다.

김앤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소속 변호사와 세무사, 고문 등을 공개하고 있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앤장은 취재팀의 문의에 31일 “5월 현재 김앤장의 한국변호사가 542명, 외국변호사 125명, 회계사 69명, 세무사 31명, 변리사 165명, 고문 20명”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홈페이지에 공개한 변호사와 고문 수는 이 수치와 다소 차이가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내가 아는 변호사가 김앤장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홈페이지에는 나오지 않더라. 김앤장이 변호사나 고문의 구체적인 수를 감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앤장은 “답변한 수치가 정확하며 홈페이지는 변동 상황을 즉각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 다른 의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고위 법조인과 고위 공직자를 고문으로 영입하지만 이들의 역할과 급여가 정확히 공개되지 않는 것도 김앤장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한만수 씨의 낙마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200만 달러(약 20억 원) 규모의 미신고 해외계좌는 결국 한 씨가 다른 대형 로펌에서 일할 때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해외계좌 의혹이 제기된 직후 법조계에선 “김앤장 근무 때 만든 것 아니냐”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 그만큼 김앤장을 싸늘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강하다는 뜻이다. 결국 국회는 대형 로펌에 취업한 고위 공직자가 다시 공직후보자로 임명될 때 해당 로펌이 후보자가 수임한 사건명세와 처리결과를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올 4월 통과시켰다.

김앤장이 도입한 ‘타임차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타임차지란 변호사가 일한 시간과 상담과 변론 준비를 위해 이동한 시간을 계산해 수임료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많은 해외 로펌이 이런 방식을 채택하지만 국내 로펌들은 대부분 사건당 수임료를 미리 정해 변론을 맡는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타임차지가 김앤장이 받는 고액 수임료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있다”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수임료가 다른 로펌의 평균 수임료를 훌쩍 넘어 부담이 커진다”고 전했다.

김앤장의 ‘비밀주의’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민경한 변호사(대한변협 인권이사)는 “2007년 김앤장 토론회가 열릴 때는 김앤장 견제에 앞장섰던 임종인 당시 민주당 의원이 파악한 자료로 부분적이나마 실상을 알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움직임도 많지 않다”며 “2008년 임 의원이 낸 책 ‘법률사무소 김앤장’이 우리 사회에 공개된 김앤장에 대한 마지막 정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 수임료-매출-구성원-역할 모두 베일속 ▼

법률시장이 개방되면서 ‘국내 1위 로펌’ 김앤장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올 1월 영국 유명 로펌의 법정변호사(법정에서 변론을 전담하는 변호사)들과 함께 영국법 및 국제분쟁 세미나를 열었다. 김앤장 제공
법률시장이 개방되면서 ‘국내 1위 로펌’ 김앤장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올 1월 영국 유명 로펌의 법정변호사(법정에서 변론을 전담하는 변호사)들과 함께 영국법 및 국제분쟁 세미나를 열었다. 김앤장 제공
아래부터 위까지 ‘거미줄 네트워크’


김앤장의 ‘속살’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이유로는 김앤장이 ‘최고 엘리트급’의 균질한 변호사들을 뽑는 데다 이들이 회사를 떠난 뒤에도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앤장이 선호하는 변호사들은 사법시험과 연수원 성적이 우수한 서울대 법대 출신의 군법무관을 거친 남성으로, 대개 점잖고 성실하며 조직이나 주위 인물에 대한 험담을 꺼린다. 김앤장에서 10년 이상 일한 변호사는 퇴직 후에도 김앤장이 공급하는 중소형 사건을 맡으며 공생관계를 이뤄 간다는 얘기도 나온다. 2, 3년 근무하다 나간 변호사들도 김앤장에서의 근무 경험을 자랑으로 내세운다. 이런 틀이 유지되면서 법조계에서 김앤장의 영역은 점점 넓고 깊어진다.

김앤장은 ‘거미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김앤장은 연수원 기수와 지역을 따져 겹치지 않게 변호사를 채용하는데, 어느 한 구석도 놓치는 데 없이 인맥으로 연결하려는 노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김앤장은 또 변호사뿐 아니라 정부 부처 고위 공직자까지 아우르는 ‘촘촘한 인맥관리’를 통해 법조계 밖으로도 영향력을 넓혀 왔다. ‘김앤장 공화국’이라는 비판도 이런 네트워크를 통한 영향력 때문에 나온다. 민경한 변호사는 “김앤장은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기 위해 공직자를 채용하고 있다’고 하지만 수십 명이나 고문을 채용하는 건 결국 사건 수임과 로비를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고문’ 혹은 ‘전문인력’이라는 명칭으로 김앤장에 소속된 전직 경제부처 출신 고위 공직자는 40∼50명. 이들은 정부 내 수많은 정책위원회 등에 소속돼 직·간접으로 정책 자문에 응하고 있다.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법과 제도를 만들어 내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론스타 사태 당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격에 대해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이 김앤장에만 자문하는 등 정부기관의 자문이 김앤장에 의존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도 문제다. 정부 정책 자문은 ‘남는 장사’가 아니지만 김앤장이 활발히 참여하는 것은 결국 제도나 정책 결정 자체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다.

검찰총장을 지낸 송광수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자문위원회에서 활동했고, 정경택 변호사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 간 전자상거래 정책자문위에서 활동했다. 최근에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의 남편인 박성엽 변호사가 공정위 자문위원을 맡으면서 공정위가 고발한 기업을 변호한 것도 논란이 됐다.

법조계에선 ‘김앤장은 교도관까지 관리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한다. 재벌 총수나 고위 공직자가 얽혀 있는 형사사건을 맡은 김앤장이 의뢰인과 면회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교도관 출신 인사를 고용했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김앤장 측은 “교도관 출신 인사가 김앤장에서 일하는 것은 맞지만 행정업무를 보는 일반 사무직일 뿐 교도관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빅 브러더(Big Brother)’로 남을 것인가

2000년대 들어 ‘1위 로펌’의 지위를 확고히 굳힌 김앤장은 법조계에서 ‘빅 브러더’, 혹은 ‘리바이어던(leviathan)’으로 불리고 있다. 빅 브러더는 정보를 독점해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 리바이어던은 사전적 의미에서 인간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괴물, 나아가 사회를 통제하는 국가권력을 의미한다. 김앤장과 소송에서 맞붙어 본 변호사들은 “김앤장은 실력을 떠나 무섭고 부담스러운 상대”라며 “그들은 이미 하나의 작은 국가를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법조계에선 김앤장이 명실상부한 1위 로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재벌과 투기자본의 대리인’이나 ‘고위직 싹쓸이’라는 도덕성 논란을 먼저 씻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앤장은 외환은행, 씨티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3개 외국계 은행의 법률자문역을 도맡으면서 고수익을 챙기고 있다. 특히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외국계 자본인 론스타를 대리했고 중소기업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키코(KIKO) 소송에서 씨티은행의 편을 든 것은 김앤장에 부정적 이미지를 더했다. 하지만 한국에 진출한 미국계 로펌의 한 관계자는 “외국 기업들은 세계적 기준에 맞는 법률자문역을 원하는데 제대로 된 영어로 이 기준을 맞출 수 있는 로펌이 국내에 많지 않다”며 “김앤장은 그런 면에서 국익에 기여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경한 변호사는 “김앤장이 앞장서서 행한 국부 유출이 훨씬 크다고 본다. 1위 로펌의 명성에 걸맞은 윤리경영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고위 공직자가 김앤장으로 들어간 뒤 다시 공직에 입성하는 것에 대해서도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전관예우나 로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김앤장은 이에 대해 “더 나은 법률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지식융합적 서비스의 일환”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대부분의 국민에겐 ‘법률 서비스의 장벽’이 되는 셈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앤장 등 로펌에 간 고위직 선배가 부탁을 해 오면 냉랭하게 내칠 수가 없다. 그가 언제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돼 내 인사를 결정하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며 속내를 털어놨다.

김앤장이 법무법인이 아닌 파트너 변호사들의 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것에 대해서도 ‘편법에 가까운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런 형태를 유지하는 이유가 수익 분산으로 세금을 줄이거나 쌍방대리를 위한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김앤장은 최근 LIG그룹과 우리투자증권의 2000억 원대 사기소송에서 양쪽 모두를 소송대리했고, 진로그룹-골드만삭스, SK그룹-소버린, 론스타펀드-하나금융지주 사이에서 쌍방대리 의혹을 샀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해외 유명 로펌 대부분이 조합형이며 한국에도 우리와 같은 조합 형태의 로펌이 60여 곳이나 있다”며 “지금까지 거론된 사건들은 법적 쟁점이 서로 다른 사건이라 쌍방대리라고 할 수 없다. 양쪽 의뢰인이 다 동의한 상태에서 수임하는 것이므로 법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미래: 외국계 로펌과 대기업 법무실의 협공

법률시장 개방에 발맞춰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로펌의 활약이 향후 김앤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이들 로펌은 아직 정식 변호사가 아닌 ‘외국법자문사’라는 이름으로 제한된 활동만 할 수 있고 규모도 김앤장에 비할 수준은 못 된다. 하지만 이들이 본격적으로 국내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는 5년 뒤 업계가 어떤 모습으로 재편될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얘기다.

미국계 폴 헤이스팅스는 코오롱 대 듀폰 소송, 대한항공과 LG디스플레이의 담합사건, 호남석유화학의 영업비밀침해사건 등 굵직한 소송에서 국내 기업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 클리퍼드 챈스, 롭스 앤드 그레이, 셰퍼드멀린 등 현재까지 19개 외국계 로펌이 한국 시장에 진출해 외국법 자문 및 해외소송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이 중 영국계 디엘에이 파이퍼는 국회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남편인 이원조 변호사가 실무를 총괄하고 있어 향후 국내시장에서 강한 네트워크를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게다가 외국계 로펌은 고위 공직자 출신 인사들이 로펌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향후 이들이 외국 로펌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는 것.

국내 기업 사이에도 외국계 로펌을 찾는 수요가 커지면서 법률수지 적자는 점점 불어나고 있다. 2011년 국내 기업이 외국계 로펌에 지급한 돈은 11억8360만 달러, 반대로 국내 로펌이 해외 기업으로부터 받은 수임료는 6억8090만 달러로 법률수지 적자는 5억 달러가 넘었다. 김앤장이 계속 국내 1위의 아성을 지킬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내 변호사의 영향력이 커진 것도 김앤장에는 새로운 과제다. 기업마다 사내 변호사를 두는 문화가 자리를 잡으며 웬만한 대기업 법조팀은 대형 로펌의 규모를 넘어서고 있다. 일례로 삼성그룹은 변호사 550여 명, 변리사 450여 명 등 법무 인력이 1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앤장보다 큰 규모다. 과거 사내 변호사는 로펌보다 ‘한 수 아래’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해당 기업들이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하면서 기업을 대변하는 사내 변호사의 위상도 높아졌다. 또 이들이 로펌에 일감을 주는 ‘갑’의 위치로 올라선 데다 젊은 인재들 사이에선 같은 고액 연봉을 받지만 격무에 시달리는 로펌보다 좀 더 여유롭고 안정적인 사내 변호사를 선호하는 경향도 생겨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에는 소송 과정을 전담했던 로펌이 사내 변호사들의 영향 아래 놓이면서 기업 총수가 연루된 형사사건에서 로펌이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잇따른 기업 총수들의 비리 사건에서 실형을 막지 못한 김앤장 내부에서는 ‘사내 변호사들의 지나친 감독으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2위권 로펌들의 성장세도 김앤장엔 압박이 되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곧 매출액 2000억 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광장은 올 2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2013 체임버스 아시아-태평양 어워즈’에서 김앤장을 제치고 ‘올해의 로펌’으로 선정됐다.

법률시장 불황도 넘어야 할 산이다. 최근 김앤장은 수임료를 다른 대형 로펌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법률시장 규모가 2조∼3조 원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기업에 경제 불황이 겹치면서 법률시장에도 불황이 왔기 때문이다. 김앤장이 외국계 로펌에 맞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불황에 큰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수임료를 낮췄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압도적 1위’인 김앤장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최창봉·김성규 기자 ceric@donga.com
#커버스토리#김앤장#로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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