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2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가진 본보 인터뷰에서 “갑이 망하면 을도 존재할 수 없다”며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3일부터 6월 임시국회가 열린다. 지난달 새롭게 진용을 정비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원내 지도부 간 ‘입법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창조경제 지원’이라는 창과 민주당의 ‘을(乙)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경제민주화
입법’이라는 창이 맞선다. 여야 원내대표 인터뷰를 통해 박근혜정부 원년의 정국 향배를 조망해 본다. 》
▼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북한인권법 통과에 야당도 협조해야” ▼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일부 원전의 가동 중단 사태에 대해 “정부 차원의 노력이 미흡할 경우 국정조사를 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6월 임시국회 개회를 하루 앞둔 2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1시간가량 만난 그는 국정 현안에 대해 비교적 뚜렷한 목소리를 냈다. 탈북 청소년 9명의 북송에 대해 그는 “관계 당국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갑을 관계’ 이슈에 대해선 “갑이 망하면 을도 존재할 수 없다”며 “포퓰리즘으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북송 사태와 관련해 북한인권법 처리를 두고 야당과 의견을 나눴나.
“협상 과정에서 강하게 의견을 제기했다. 기본적으로 신체의 자유, 즉 인권에 관한 사안인 만큼 야당도 다른 이유를 내세우지 말고 북한인권법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
―민주당의 ‘을을 위한 국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갑의 횡포를 근절하자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1 대 99 식의 편 가르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현실엔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다. 남양유업 사건도 대리점 매출이 줄고 점주들도 힘들어졌다. 갑을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박근혜정부를 ‘삼불’(불통 불안 불신)이라고 비판했다.
“지나치게 인색한 평가다. 인사문제를 불통으로 지적했다. 박근혜정부는 과거처럼 코드 인사나 패거리 인사를 하지 않았다. 나아진 측면도 있다. 북한 문제를 불안이라고 했는데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대북 원칙을 확고히 지키면서 긴밀한 국제 공조를 통해 오히려 국민의 불안을 해소했다. 공약 이행이 미흡하다며 불신을 얘기했는데 출범한 지 100일도 안 된 정부를 두고 공약 이행 여부를 판단한 것은 너무 빠른 것 아닌가.”
―통상임금에 대한 노사정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어떤 과정을 구상하나.
“노사정 간에 충분한 대화를 하고 어느 정도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안이 나오면 국회가 그것을 어떻게 입법화할지 논의하는 것이 순서다.”
―원전 가동 중단 문제와 관련한 국회 차원의 대응은….
“지식경제부 장관 때부터 굉장히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 원전 마피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래된 문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로 시스템도 갖추고 근본적인 대수술로 가야 한다.”
―정부의 ‘공약가계부’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폭 축소된 것을 두고 여당의 반발이 크다.
“지방 공약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정부가 ‘공약가계부’를 발표하면서 신규 SOC사업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은 것 때문에 오해가 생겼다. 신규 사업을 시작하려면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앞으로 정부와 협조해 지방 공약 실천 계획도 내놓을 것이다.”
길진균·권오혁 기자 leon@donga.com ▼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모두 처리할 것” ▼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원전 비리에 대한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을(乙)의 눈물을 닦아 주는 국회는 갑과 을을 편 가르기 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원내대표실에서, 그리고 2일 전화로 진행된 두 차례 인터뷰에서 그는 “갑의 이익이 을의 고혈을 빨아 생성된다면 건강한 환경일 수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해 민주당이 발표한 ‘세비 30% 삭감’ 문제에 대해선 “새누리당과 합의해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자신의 정치적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홍준표 식’ 국정조사는 하지 않겠다.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전반적인 공공의료 서비스의 업그레이드를 목표로 하겠다.”
―라오스에서 탈북 청소년 9명이 북송됐다. 새누리당은 북한인권법 통과를 요구한다.
“북한인권법이 없어서 그런 일이 발생한 게 아니다. 재외공관의 무사안일한 업무 태도의 병폐를 단면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정부 여당의) 북한인권법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북한고립법’에 가깝다. 북한의 잘못된 태도는 분명하게 지적해야 한다. 다만 교류와 평화라는 남북관계 기본 틀을 깨서는 안 된다.”
―원전 부품 비리가 계속 터진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일로 아주 심각하게 따져야 한다. 원전 사업체 간에 배타적인 카르텔을 구성한 ‘원전 마피아’가 있을 확률이 높다. 검찰의 엄정한 수사로 이를 발본색원하는 것이 우선이다. 국정조사는 그 다음이다.”
―6월 국회에서 포기할 수 없는 법안은….
“일감 몰아주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재고 밀어내기와 관련된 경제민주화법안을 모두 처리하는 게 정치권의 도리다.”
―‘을(乙)을 위한 국회’는 편 가르기로 보일 수 있는데….
“현재 상황은 종속적이고 수직적인 갑을관계를 수평적이고 대등하게 바꿔야 하는 시점이다. 을의 고통을 해결해줄 뿐 아니라 갑이 건강해지도록 환경을 개선시켜 주는 것, 그것이 상생이다.”
―원내대표로서 장기 어젠다는 무엇인가.
“노동과 임금,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두 가지 이슈를 보편적인 생활의제로 만드는 것이다. 노동과 임금은 노조가 구성된 사업장의 이념적 문제만이 아니다. 또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양성평등과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본질적 해법이다. 이를 위한 당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
―안철수 의원 측은 다당제를 강조한다.
“대통령중심제에서는 양당구조가 안정적이다. 의원정수 축소나 정당공천제 개선이 곧 정치쇄신이라 말하는 것은 국민 기만행위다. 정치쇄신의 가장 핵심적 의제는 권력구조 개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헌특위가 구성돼야 한다. 분단국가에서는 독일식 내각책임제가 맞다고 생각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