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신뢰프로세스 완성은 한반도 비핵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8일 03시 00분


현안해결-평화정착 위한 남북대화… 비핵화 전제로 한 다자대화 ‘투트랙’
“지금은 서로 만나 신뢰 찾는게 우선, 핵포기 없는 경협 확대는 불가능”
美 “비핵화 선행돼야 北美대화” 강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가동이 시작될 때 비핵화가 전제되지는 않지만 완성하려면 비핵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7일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도 북한의 당국 간 대화 제의에 우리 정부가 응한 것은 그동안 비핵화를 강조해온 대통령의 태도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이처럼 해명했다.

○ 비핵화 전제 없이 남북 대화 시작할 순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구상하게 된 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 속에 숨겨진 비핵화 코드를 이해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2011년부터 여러 차례 “유화 아니면 강경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겠다”고 말해왔다. 여기서 ‘강경’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추진한 ‘비핵개방 3000’을 뜻한다. 비핵화를 모든 대북 정책의 조건으로 내걸다 보니 대화 자체가 끊겨 버리면서 오히려 비핵화에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내용에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고도 진행할 수 있는 △인도적 지원 △개성공단 국제화 △이산가족 상봉 △기존 남북합의서 존중 등 남북 간 여러 창구를 열어뒀다.

남북 당국 간 대화의 주요 의제로 논의하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은 박 대통령이 대선 때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고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힌 의제들이다. 이 때문에 첫 남북 장관급 회담은 비핵화보다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중단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 하더라도 비핵화 실현이 없을 경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한계는 분명하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밝힌 3단계 민족공동체통일 방안도 1단계인 평화정착 단계를 거쳐 2단계인 경제공동체 건설 단계부터는 분명하게 비핵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2단계는 북한 지역에 전력 교통 통신을 포함한 인프라를 깔아주는 ‘비전 코리아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비핵화 없이 경제 지원을 확대할 경우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도와 결과적으로 북한 지도부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 비핵화가 북-미 대화 전제조건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비핵화를 전제로 한 글로벌 대화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기초한 남북한 대화는 구별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속에는 국제사회의 틀 속에서 해결해야 할 북한 비핵화는 어차피 남북관계만으론 풀리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인식이 깔려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모두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한 상황에서 굳이 한계가 분명한 남북 대화에서 무리하게 비핵화를 밀어붙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과 북한이 대화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환영한다”면서도 “이번 일은 남북 간 문제이고 (미북 대화 재개 등) 모든 이슈와 엮지 않기를 바란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과의 대화를 진전시키려면 북한이 취해야 할 여러 조처가 남아 있다. 여기에는 2005년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국제의무 준수 등이 포함된다”며 선(先)비핵화 조치가 북-미 대화의 전제조건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한중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양국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라는 공동의 목표하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추진에 이해와 협력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말해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의제에 포함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전군 주요 지휘관 초청 오찬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적극 가동하겠다고 밝혀왔다”며 “중국을 방문하면 시진핑(習近平) 주석과도 이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정민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 ditto@donga.com
#신뢰프로세스#비핵화#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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