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 대정부질문 첫날인 10일 새누리당 이재오,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개헌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첫 질의자로 나선 이 의원은 정홍원 총리에게 “금년에는 개헌을 해야 한다”면서 “(박근혜) 대통령께 국회가 논의하는 개헌에 방해하지 말도록 얘기를 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니 역대 대통령들이 감옥을 가거나, 운명을 달리하거나, 친인척이 구속되는 등 퇴임 후 편안하지 못했다”면서 “대통령은 직선제로 선출하되 ‘외치’만 담당하고,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선출하되 ‘내치’를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도 “개헌을 연내에 합의 도출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함께 하도록 (대통령에게) 건의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있다”면서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구조에서 사생결단이 일상화하다 보니 정치권이 민생문제 해결에 무능해 국민의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이(친이명박)계 좌장 역할을 해 온 5선의 이 의원과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3선의 김 의원이 공교롭게도 동시에 같은 목소리를 낸 것.
정 총리는 답변에서 “개헌 문제는 국회에서 논의할 사항”이라고 전제한 뒤 “정부 입장에서는 이제 국정 과제를 확정하고 일자리 창출과 복지 문제에 전념하는 마당에 개헌 논의를 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총리가 개헌 문제에 대해 분명히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통치제도에 관한 문제는 절대 선(善)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에 대한 찬반과 선악이 다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 새 정부가 민생에 전념해 국민에게 행복을 안겨 줄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했다.
이는 임기 초반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블랙홀처럼 다른 현안을 쓸어 담으면서 창조경제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등 주요 국정과제의 추진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앞서 여야가 지난달 국회의장 직속으로 의원 20명과 민간 전문가 10명으로 ‘헌법개정연구회’를 설립하기로 합의했지만 친박(친박근혜)계인 강창희 국회의장은 “현직 의원이 국회의장 자문 기구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현행 국회 규정을 무시했다”며 제동을 걸었다. 입법 수장인 국회의장에 이어 내각 수장인 총리까지 개헌 논의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면서 당분간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탄력이 붙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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