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 13일 남북 당국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언급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그 수위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10일 “북한과 어떤 대화를 하더라도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모든 문제가 핵으로 연결된다”며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이야기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언급은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가 의제에는 포함되지 않더라도 논의 과정에서 북측에 비핵화와 이를 위한 6자회담 복귀 필요성 등을 거론할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7일 정상회담에서 ‘북핵 불용’의 원칙을 강하게 천명한 것도 정부의 이런 방침에 힘을 보탰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는 6년 만에 열리는 남북 고위급회담인 만큼 남북이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의제들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은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논의하면서 남북대화를 어느 정도 다시 궤도에 올린 뒤 비핵화 논의로 연결시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표단으로 누구를 보내느냐가 대화의 진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첫 번째 근거”라며 “이를 살펴가며 비핵화의 발언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핵문제와 관련한 대화 상대로 미국만 인정하겠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밝혀왔다. 그러나 과거 남북 장관급회담을 살펴보면 남북이 핵문제도 논의한 전례가 없지 않다. 남북은 2002년 10월 8차 회담에서 ‘남과 북은 핵문제를 비롯한 모든 문제를 대화의 방법으로 해결하도록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명시했다. 북한이 당시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에게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보유를 시인한 직후였다. 그때 정부는 “북한이 핵 이슈가 북-미 간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남북 간에는 언급을 안 하려는 자세였으나 우리 측의 강력한 촉구와 압박에 태도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한 다음 해인 2007년 3월 열린 20차 장관급회담에서도 양측은 핵문제를 논의했다. 당시 당국자들은 “남북대화가 핵문제 해결에 유용한 틀임을 확인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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