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통일 주도하려면 국제사회에 통치역량-비전 보여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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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해야 하나 된다]본보-한반도선진화재단‘北급변대비 통일외교’ 세미나

동아일보와 한반도선진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통일의 길, 북한의 정상국가화’ 세미나가 열린 5일 서울 중구 충무로 한선재단 회의실에서 참석자들이 한국 주도의 통일외교 강화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동아일보와 한반도선진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통일의 길, 북한의 정상국가화’ 세미나가 열린 5일 서울 중구 충무로 한선재단 회의실에서 참석자들이 한국 주도의 통일외교 강화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만일 급변사태로 북한지역에 권력공백이 생긴다면 핏줄이 같고 역사 언어 문화를 공유하는 남한이 북한을 접수해 통치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이런 명제에 대해 한국인 대부분은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지극히 당연한 논리가 국제사회에서 그대로 통용된다는 보장은 없다. 유엔 또는 미국, 중국의 개입 가능성이 높다. 한국 주도의 ‘통일외교’가 절실한 이유다. 동아일보와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세일)은 5일 서울 중구 충무로 한선재단 회의실에서 통일외교 강화방안에 대해 집중토론을 벌였다. ‘통일의 길, 북한의 정상국가화’라는 주제로 진행돼온 공동세미나의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자리였다. 》

▼ 美의 獨통일 지지가 英-러 등 동참 이끌어내
비핵-시장경제-민주주의 통일원칙 부각필요


이명박(MB) 정부 시절 북한 붕괴에 대한 ‘희망 섞인 기대(wishful thinking)’가 적지 않았다. MB정부에서 외교부 정책기획관을 지낸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 급변사태 때 한국정부에 실질적 권한이 어느 정도 위임 또는 이양될 것인지의 문제는 한국정부의 전반적인 통치 및 행정능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북한지역을 제대로 통제할 능력이 있는지, 또 그 역량을 국제사회가 인정하는지가 한국의 군사분계선(MDL) 이북지역 접수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연구위원은 “북 급변사태 시 유엔의 승인을 받아 다자적인 개입을 하되 실질적으로는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한국이 통일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동의할 수 있는 통일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결국 필요한 것은 ‘통일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에 불리하지 않다는 확신”이라고 말했다. 남궁 교수는 통일외교의 근간은 결국 한미동맹에 기반을 둔 한미 간 공조와 협력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중국과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한미관계와 한중관계의 이해가 충돌한다면 그 우선순위는 한미관계에 있다는 점을 중국에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통일의 교훈은 미국의 확고한 지지가 영국, 프랑스, 러시아(당시에는 소련)의 동참을 이끌어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현 중앙대 교수는 “중국의 무리한 팽창이나 북한의 돌이킬 수 없는 핵무장 강화로 동북아 안보질서가 파탄나지 않도록 하는 핵심역할은 한미동맹이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통일한국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라는 한미 공통의 가치를 증진하고 미국의 동북아 지역 핵심파트너로 자리매김함으로써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미국 조야에 부각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상현 연구위원은 “북한 급변사태 시 미국의 최대관심은 북한 핵무기 확보 및 대량살상무기의 확산방지”라며 “미국은 남북통일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 완전폐기에 크게 기여한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 中, 美의 한반도 영향력 확대 우려해 분단 선호
“통일한국, 동북3성과 경협등 이익” 인식 심어야 ▼

중국은 한반도 문제를 북한이라는 프리즘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1992년 8월 한중 수교 이후 점진적인 변화를 보여 온 양국 관계는 최근 시진핑(習近平) 주석 중심의 제5세대 지도부가 등장한 뒤 대전환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강화될 때마다 대북(對北) 한미일 3국 협력이 강화되고 미국의 동아시아 지역 내 영향력이 커지는 빌미가 되자 중국 내에서는 북한이 더는 전략적 자산(資産)이 아닌 부채(負債)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일부 학자는 “북한의 존속이 중국의 핵심적이고 전략적인 가치에 유해하며 통일한국이 과거 북한을 대치하는 ‘전략적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남궁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중국 정부는 여전히 북한의 존립 자체를 지정학적 완충지대로 보는 경향이 강하고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 한반도의 안정과 현상유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한국 주도로 통일된 한반도에서 자국에 비(非)우호적인 정권이 들어서고 이 정권이 미국을 도와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미나 토론자들의 결론은 결국 통일한국이 중국에 불리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 줘야 한다는 데 모아졌다. 남궁 교수는 “통일된 한반도는 중국 동북 3성과 러시아 극동지방의 발전을 촉발하고 광대한 경제교류와 협력의 공간을 확보해 궁극적으로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의 시금석(試金石)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동북 3성의 동북 진흥 계획에 적극 참여하여 이곳 주민들의 통일 지지 기반 네트워크 확충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철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반도 통일에 대한 지원을 획득하고 강화하기 위한 차원의 공공외교 추진을 강조했다. 공공외교는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정부를 상대로 정무나 경제 분야의 외교를 펼쳐 나가던 것을 뛰어넘어 직접 대상국의 국민에게 다가가는 외교다. 자국의 국가적 목표나 정책을 달성하기 위한 통상적 외교 활동뿐만 아니라 제도와 문화, 생활의 방식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활동이다. 박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와 쌍무적 협력을 통해 한반도 통일 관련 자료를 제작해 공급하는 등의 노력을 꾸준히 함으로써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제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日, 북한 경제재건-중국군 개입 저지에 큰 역할
“통일 기여땐 군사협력 등 강화” 메시지 줘야 ▼


한반도 통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도 없는 일종의 계륵(鷄肋) 같은 존재로 여겨지는 주변국가가 일본이다. 전문가들은 “급변사태를 맞은 북한을 흡수통일한다고 할 때 중국군의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한미일의 강고한 군사적 협력이 억제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재건을 위한 국제적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에도 일본의 경제적 기여는 필수적이다.

최악의 경우 북한 급변사태의 관리 실패로 북한 군부와 충돌이 벌어진다면 미일 방위협력지침에 따른 일본의 후방지원은 전쟁의 승리 및 안정화 작전에 긴요하다는 것이 군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일본 고베(神戶)대 방문교수로 있는 남창희 인하대 교수는 “일본의 개헌, 집단적 자위권 행사, 국방군 격상 등에 대해 무조건 반발할 것이 아니라 일본의 경제력과 잠재적 군사력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건설적 요소가 되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중국에 경도되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는 일본의 불안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남 교수는 “일본의 행동 여하에 따라 우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며 “일본이 한반도 통일외교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면 한국도 군사협력 강화 등 일본의 요구에 맞춰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미안하지만… 지금 南은 능력도 의지도 없다” ▼
“젊은층 시큰둥… 국민공감대도 약해, 통일 큰그림-남북 갈등 조정력 필요”


“근본적인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진정한 통일의지가 있느냐’ 하는 의문입니다. 과격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미국 사람들을 만나보면 ‘한국의 젊은 사람들이나 대기업 최고 경영자들에게서 적극적 의지를 느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모두 우리의 통일의지를 의심하는데 통일을 지지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습니까.”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은 “결국 한반도 통일은 우리 하기에 달려 있다”며 “통일에 대한 국민 내부의 공감대를 넓히고 남북관계에서 우리의 갈등 조정 능력을 획기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현재 우리의 능력으로는 주도적 통일을 이룰 수 없다”고 토로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통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필수다. 북한을 수용하는 것은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그림을 그려놓고 보아야 한다. 정상차원의 통일외교 역량도 중요하다. 독일 통일논의가 진행될 때 프랑스 대통령이 갑자기 동독을 국빈 방문한다. 통일독일에 반대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하지만 서독은 미국과 영국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 냈는데 바로 그것이 통일외교의 힘이다.”

―한국이 주도하는 통일은 가능한 것인가.

“한반도의 구조적 상황을 볼 때 남북공조에 의한 통일, 또는 남북 간 대화나 합의에 의한 통일은 어렵다고 본다. 결국 한국이 주도하고 선도하는 통일의 가능성만이 남아 있다. 당사자인 한국의 주도적인 의지와 능력이 중요하다.”

―갈등조정 능력을 유난히 강조하는데….

“중국 사회과학원이 5년마다 국력지표를 조사해 공개하는데 군사력 자원력 과학기술력 등 하드파워, 문화 외교 정보력 등 소프트파워와 더불어 갈등 조정력을 중요한 국력의 척도로 삼고 있다. 통일외교에서도 갈등조정 능력은 필수적이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참석자(가나다순)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김태현 중앙대 교수
남궁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남창희 인하대 교수
박정동 인천대 중국학연구소장
박종철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용환 한선정책연구원장
이태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통일#통일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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