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정치도 식후경… 금배지 단골식당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5일 03시 00분


朴대통령 의원시절 한식당 ‘운산’ 애용… 의원회관 ‘함바’에서 한잔 하는 의원도

국회 내에서 술 파는 유일한 공간 14일 국회 내 건설현장식당(일명 ‘함바’)에서 한 아주머니가 저녁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식당은 값이 싼 데다 국회 내에서 술을 파는 유일한 공간이어서 국회가 한창 열릴 때는 의원들도 종종 들러 식사를 하며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곤 한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국회 내에서 술 파는 유일한 공간 14일 국회 내 건설현장식당(일명 ‘함바’)에서 한 아주머니가 저녁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식당은 값이 싼 데다 국회 내에서 술을 파는 유일한 공간이어서 국회가 한창 열릴 때는 의원들도 종종 들러 식사를 하며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곤 한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국회의사당 본청 앞 주차장에는 오전 11시 50분만 되면 차량 수십 대가 주인을 기다리며 뒤엉켜 있다. 13일 오전 11시 50분에도 어김없이 차량 20여 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본회의 등을 마치고 점심식사 자리로 향하려는 국회의원을 태우기 위한 차량 행렬이다. 물론 모두가 식사 장소로 가는 건 아니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지역구인 경기 고양시 덕양구 신원초등학교 신축 이전기념식 행사에 참석했다.

원래 본청 앞 주차장에는 국회의장, 국회부의장, 교섭단체(새누리당 민주당) 대표와 원내대표, 그리고 국회 사무총장만이 주차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이 관행이 깨진 지는 오래됐다. 지금은 심지어 30대 초선 비례대표 의원들도 버젓이 ‘불법 주차’된 차를 타고 점심식사 자리로 이동하기도 한다.

12일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국회의원들은 한층 아래 출입구에서 차를 탄다. 이른바 ‘굴다리’로 불리는 곳으로 비를 맞지 않고 차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어디서 점심을 먹을까. 의원 식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여의도로 한정하면 대개 ‘한중일 톱10’이 꼽힌다. 한식으로는 ‘다원’ ‘운산’ ‘대방골’이 국회 손님이 많기로 유명하고 일식당 중에서는 ‘오미찌’ ‘동해도’ ‘이즈미’ ‘해우리’ 등이 꼽힌다. 중식당 중에선 63빌딩의 ‘백리향’과 국회 앞 ‘외백’에서 의원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백리향’은 신라호텔 ‘팔선’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최고급 중식당. 국회의장, 부의장, 여야 대표 등 중진 의원이나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있는 의원들이 가끔 찾는다. 예전에 비하면 의원들의 이용 횟수가 많이 줄었다. ‘오미찌’는 옛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이 이명박 정부 시절 단골처럼 이용했다. 여전히 외상장부에 달아둔 뒤 매달 말 음식값을 계산하는 사람도 있다. 12, 13일에도 여야 합쳐 의원 7명을 만날 수 있었다. ‘이즈미’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선거캠프 사무실 아래층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많이 찾고 있다.

‘다원’은 의원들은 물론이고 국회를 자주 방문하는 장차관급 공직자들도 자주 들르는 곳. 경제부처의 한 차관은 “10년 전부터 의사 일정을 마치면 의원들에게 ‘다원’에서 식사를 대접했다. 지난주에도 이곳에서 의원 몇 분을 모시고 저녁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그는 12일에도 다원에서 아는 의원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의원 시절 간담회는 주로 중식당에서 했고 사적인 만남은 한식당에서 가졌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반찬은 나물과 국”이라고 말해온 박 대통령은 ‘운산’ 등 조미료를 많이 쓰지 않는 한식집을 즐겨 찾았다. 박 대통령은 여의도 밖에서도 한식집을 자주 찾았다. 올 초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유명 퓨전 한식레스토랑인 ‘애류헌’을 방문하기도 했다. 일식집도 한국식으로 뼈를 통째로 썰어내는 세꼬시가 주 메뉴인 ‘해우리’를 종종 찾았다.

의원들은 일정이 바쁘면 국회 안에서 식사를 해결하기도 한다. 국회 안에는 모두 9곳의 식당이 있다. 이 중 규모가 가장 큰 식당은 ‘본청 큰식당’. 400여 명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는 규모로 의원들이 이곳에서 식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맛은 그저 그렇다는 평. 단, 지역주민들이 단체로 국회 관람을 할 경우엔 이곳에서 주민들과 식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며칠 전 지역주민들과 이곳에서 식사한 영남권 의원의 보좌관은 “맛이 별로라고 해서 지역주민들과 식사를 따로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식당은 국회의원이나 직원의 경우 한 끼에 28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일반인은 4000원.

국회 공식 시설은 아니지만 의원회관 리모델링 공사 현장 인부를 위한 식당(일명 함바식당)도 국회의원들이 애용하는 곳이다. 국회 내 식당 중에서 유일하게 술을 파는 곳이어서 심야까지 회의가 이어질 경우 저녁을 위한 정회 시간에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피로를 푸는 의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머니가 가벼운 초선 의원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진들도 왕왕 찾는다. 민주당 김진표, 강창일 의원 등이 함바식당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중진이다. 같은 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번 주 기자들과 이곳에서 오찬 간담회를 하기도 했다.

없어진 식당도 있다. 국회 내 차량 정비소 안에 있는 구내식당이 대표적. 몇 년 전까지 운영하던 이곳은 철제 식판에 1식 3찬을 2000원에 팔아서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당직자들이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었다. 육체노동을 하는 직원들이 땀을 흘린 후 식사하는 곳이어서 반찬이 다른 식당보다 상대적으로 짰다. 호남 출신인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부대변인 시절 “내 입맛에 잘 맞는다”며 자주 들렀던 곳이기도 하다.

식당은 아니지만 식사를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18대 국회 시절 의원동산에 세워진 한옥집인 ‘사랑재’가 그곳.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시설은 없지만 케이터링 업체를 불러 뷔페나 코스 음식을 먹기도 한다. 주로 국회의장이나 부의장이 외부 인사를 대상으로 오·만찬을 할 때 사용한다. 강창희 의장은 최근엔 5월 24일 권영세 주중대사 등을 사랑재에 초청해 만찬을 베풀기도 했다. 사랑재는 지하 1층과 지상 1층을 합쳐 817m² 크기로 90년 이상 된 강원도산 소나무로만 지어졌으며 신응수 대목장과 정수화 옻칠장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승헌·이남희·권오혁 기자 ddr@donga.com
#국회의사당#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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