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색경죽’, 음식에 얼굴이 비친다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8일 06시 24분


북한에서는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먹는 음식'이 있다고 한다. 이른바 '색경죽'이 그 것이다. 마치 '색경(거울)'을 보듯 그릇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보면서 먹는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

그릇에 담긴 죽이 건더기는 거의 없고 멀겋다보니 얼굴이 비칠 정도라는 것.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에 대한 자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북한전문매체 뉴포커스는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에만 있는 음식이라며 '색경죽'을 소개하고 그 숨은 의미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에는 식량난을 버티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 많다. 대표적인 음식이 '속도전 가루'나 '불린 국수'다.

속도전 가루(옥수수 가루)는 쌀가루 대체제로 찬물을 부으면 '빠른 속도'로 떡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또 밥 대신에 국수를 물에 불려서 먹으면 적은 양으로도 배를 채울 수 있어 '불린 국수'도 주식으로 많이 먹는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음식 중에는 앞서 소개한 '색경죽'이 있다. 탈북자 정미현 씨는 "북한에는 식량난을 버티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 대부분"이라면서 "'색경죽'도 그런 경우"라고 소개했다.

정 씨는 "'색경죽'이란 그릇에 담긴 낱알이 너무 없어서 그릇에 얼굴이 비칠 정도의 죽을 일컫는다"고 설명했다. 식량이 부족해 죽을 끓이면서 낱알은 적고 물은 많다보니 걸쭉한 죽이 아니라 멀건 죽이 되고 마는 것이다.

또 다른 탈북자 이은철 씨도 "그릇 바닥을 겨우 덮을 정도로만 양을 채운 음식을 자주 먹었다"면서 "그릇에 얼굴이 보일 때가 있다. 먹는 얼굴을 보면서 밥을 먹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에선 그릇을 들고 거의 핥아먹을 정도로 싹싹 비운다"면서 "누구나 배가 고프기 때문에 살기 위해서는 이렇게 먹을 수밖에 없다"고 북한의 열악한 상황을 토로했다.

백주희 동아닷컴 기자 ju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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