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총리, 원안후퇴 논란 ‘김영란법’ 조정안 내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4일 03시 00분


“사실상 영향력 통한 금품수수는 형사처벌”

금품 수수의 직무 관련 여부와 관련한 처벌 수위를 놓고 국민권익위원회와 법무부 사이에서 1년간 논란이 됐던 ‘부정청탁금지 및 이해충돌 방지법(김영란법)’의 정부 조정안이 나왔다.

3일 정홍원 국무총리(사진)의 조정 결과 ‘김영란법’에는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그 지위·직책에서 유래되는 사실상 영향력을 통한 금품수수는 대가 관계가 없더라도 형사처벌(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현재는 형법에 따라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모두 인정된 경우 뇌물죄로 처벌된다. 지난해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 재직 당시 권익위는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공무원은 모두 처벌할 수 있는 ‘김영란법’을 내놨다. 그러나 법무부는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며 직무 관련자에게 금품을 받았을 때만 처벌토록 하는 수정의견을 내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권익위와 법무부는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금품을 받은 자는 과태료(받은 금품의 5배 이하)를 부과하는 것으로 완화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정 총리는 2일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과 국민수 법무부 차관을 불러 회의를 열고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직무를 통해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으로부터 금품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 처벌한다’는 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김영란법의 원안과 권익위 및 법무부의 합의안 사이의 중간지점에서 절충점을 정 총리가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정 총리는 권익위와 법무부의 지난달 합의안엔 금품을 받은 사람을 형벌로 처벌할 영역이 없어 부정부패 근절이 안 된다고 강조하고 두 기관을 직접 설득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검사 시절 감사관을 지낸 경험이 있는 정 총리가 반부패와 청렴성에 특별한 관심을 나타내 이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총리의 조정안도 김영란법 원안에서 후퇴했다는 점에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직무 관련성이 없음에도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대상’이 누군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무조정실은 대가성이 없어도 건설업체 관계자가 국토교통부 공무원에게, 지역 유지가 검사에게 금품을 제공했을 때 등을 그 예로 들었지만 조정안을 교묘히 피하는 ‘스폰서’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그 점은 포괄적으로 규정해 법원의 해석에 맡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중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지만 민주당 김영주 의원 등이 김영란법의 원안과 비슷한 입법안을 내놓은 바 있어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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