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8시 20분경 남측 대표단을 태운 차량이 비가 흩뿌리는 통일대교를 지나 판문점으로 향했다. 서호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남측 수석대표)은 자유의 집(남측)에서 대기하다가 9시 45분경 푸른색 넥타이를 맨 채 덤덤한 표정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회담 장소인 북측 통일각으로 향했다.
어렵게 성사된 회담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당초 10시에 시작할 예정이던 전체회의는 통신 설비 문제로 1시간 50분이나 늦어졌다. 남북 냉각기가 장기화하면서 대화의 장소였던 통일각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탓에 전원 연결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남북 간 긴장감도 팽팽했다. 남측 취재진이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북측 수석대표)에게 “잠을 잘 주무셨느냐” “오늘 회담은 늦게까지 하시냐”라고 묻자 박 부총국장은 “이따 봅시다”라는 말만 남기고 대기실로 들어갔다.
이때 북측의 한 연락관이 남측 풀(Pool)기자에게 다가와 “어디 감히 미리 승인도 안 받고 단장에게 말을 거느냐”며 “잘못했지요?”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남측 기자와 북측 연락관이 한동안 서로 노려보는 긴장 상황이 벌어졌다.
이 살벌한 분위기는 북측 기자들이 남측 기자에게 북한에서 제공한 ‘배향사이다’와 과자를 건네며 다소 누그러졌다. 북측 기자들은 남측 취재진에 “(취재진이 많은 걸 보니) 이번 회담에 관심이 많은가 보다”라고 말을 붙였다. 또 20일 북한 여자 축구대표팀이 서울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축구연맹 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것과 관련해 “북한의 여성축구가 세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오전 11시 50분 열린 전체회의에서 서 단장은 박 부총국장에게 “많이 젊어지신 것 같다” “개성공단과 관련해 가장 전문가이시다”라며 덕담을 건넸다. 박 부총국장도 “피차일반이다. 서 단장님도 전문가다” “회담 날짜를 잘 잡은 것 같다”고 화답했다.
북측은 오전 회의를 마치고 통일각에서 남측 대표단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했다. 메뉴는 쌀밥과 불고기 오이지 생선 등이었고 맥주도 제공했다. 오후 회담이 길어진 탓에 남측 대표단의 저녁식사는 준비해온 컵라면과 간식으로 해결해야 했다.
총 10차례의 수석대표 접촉 끝에 7일 오전 4시경 합의서에 서명이 이뤄진 뒤 박 부총국장은 혼자 통일각 앞에 나와 떠나는 남측 대표단과 일일이 악수하며 환송을 했다. 그는 “오늘 합의를 평가해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한편 북한은 합의서가 나온 7일에도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 장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남한에 대한 비방 공세를 이어갔다. 노동신문은 이날 “얼마 전 아세안지역연단 상회의(ARF 외교장관회의) 기간에 윤병세(외교부 장관)는 북핵 포기를 떠들며 ‘북이 국제사회 기대에 조속히 호응해 나오도록 계속 압력을 가해 달라’고 간청했다”고 비난했다.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도 이날 “남조선 괴뢰 통일부 것들이 ‘공화국이 박근혜를 비난했다’고 시비를 걸고 ‘언행을 자제하라’고 떠들어댔다”며 “공화국은 응당 해야 할 말을 했으며 북남관계를 고려해 그 논조를 오히려 조절하였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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