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닐 수 있어요. 그렇다고 당장 변경할 수는 없잖아요. 참고로 했다가 기회가 되면 적합한 자리로 변경해야지.”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논설실장 오찬에서 인사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이렇게 밝히자 청와대와 관료 사회에선 발언 배경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대통령이 인사에 대해 바꿀 수 있다는 뉘앙스를 비친 건 처음인 것 같다”며 “잘 살펴보면 전문성 있는 인물이 아닌 사람이 지금 청와대에 있고 적당할 때 바꾸겠다는 말로 들린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사람을 한 번 쓰면 믿고 오래가는 스타일이다. 2월 새 정부 출범 때 “내각뿐 아니라 청와대도 대통령 임기(5년)를 같이할 이들이 많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내부의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수석비서관들의 연령이 많고 정치인이나 현직 관료 출신이 적은 것도 선거에 출마하거나 장관을 노리며 중도 하차하지 않을 인사들을 대통령이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그러나 취임 5개월이 지난 지금 청와대 내부의 기류가 그때만큼 여유롭지는 않다. 내부에서는 심심찮게 박 대통령이 일부 수석이나 비서관에 대해 흡족해하지 않거나 더 적합한 인물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5개월을 같이 일했기 때문에 대통령 머릿속에 오래갈 사람과 짧게 갈 사람이 어느 정도 구분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를 할 때 표정과 말투에서 수석별로 신뢰도가 드러난다는 이야기도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언론과 정치권의 질타를 받고 있는 경제팀의 운명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오찬 때 경제팀에 대해 “지금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도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실제 느끼게 해야 한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박 대통령이 경제팀에 힘을 실어주려고 하고 있지만 청와대 내부에는 세수 부족에 대한 부작용, 지방공약 이행 가능성, 세출 구조조정의 효과 등에 대해 경제팀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함께 경제팀을 이끌고 있는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의 뜻을 잘 파악하고 대통령의 질문에 가장 답변을 잘하는 수석으로 꼽히지만 하반기에 고용률 70%와 창조경제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둬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다른 정책 쪽 청와대 수석들은 대체로 조용하고 성실하게 사리사욕 없이 일하는 스타일이지만 대통령의 뜻을 잘 파악해 추진력 있게 소관 부처를 독려해 성과를 내는 데는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도 있다.
박 대통령 스타일상 당장 개각이나 청와대 개편을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 많다. 국면전환용으로 인사를 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지지도가 높을 때 선제적으로 일부 수석이나 비서관, 장관 등을 교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8월 청와대 및 내각 일부 개편설이 솔솔 나오기도 한다.
결국 박 대통령이 8월 초 휴가 때 어떤 구상을 하느냐, 하반기에 각자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그들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이 청와대와 내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데 도움이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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