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꿈꾸는 정치인]<10> 새누리당 ‘성장株’ 이완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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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핀 꽃이 더 붉다… “정치를 어디 勢만으로 합니까”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은 암투병을 했던 사람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는 ‘큰 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권에 대해서는 한 번도 의사표현을 한 적이 없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강한 리더십으로 추진력과 비전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은 암투병을 했던 사람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는 ‘큰 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권에 대해서는 한 번도 의사표현을 한 적이 없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강한 리더십으로 추진력과 비전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충청권 맹주.’ 이완구 의원(63)을 수식할 때 언론이 자주 쓰는 말이지만 정작 그는 이 말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자신을 충청이라는 틀에 가두는 말로 보는 것이다. “충청이 국가 주체세력으로 재조명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4월 충남 부여-청양 재선거에서 77%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좋든 싫든 그가 충청권에 확실한 지분을 보유한 정치인이라는 게 재선거를 통해 확인됐다.

하지만 여권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 충남지사를 지낸 3선 의원이지만 영향력보다는 잠재력에서 후한 점수를 받는다. 새누리당이 영남에 기반을 둔 정당인 데다 중앙 정치무대에서 조명을 받은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현 시점에서 그의 정치적 자산은 ‘충청 민심’과 ‘뚝심 있는 리더로서의 성장 가능성’이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의 핵심은 ‘성장주’인 그를 주목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끈끈한 유대가 있어 더욱 그렇다. 두 사람은 깊이 신뢰하는 관계로 알려져 있다. 그가 2011년 12월 낸 에세이(‘약속을 지키는 사람’)의 테마도 박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약속’이다.

당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당대회가 열리면 이완구가 당의 중심에 설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김태흠 의원(충남 보령-서천)은 “강한 리더십이 있는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돼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이완구에게 ‘정치적 목표’부터 물었다.

―재선거 때 ‘지역 국회의원에 머물지 않겠다’고 한 건 무슨 의미냐.

“작년에 암에 걸려 총선 출마를 포기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와 나 자신을 성찰해 보니 후회뿐이더라. 믿고 좋아하던 사람들도 다들 떠났다. 배신감 좌절감 비애가 나를 지배했다. 그러면서 무심(無心)의 참의미를 깨달았다. 앞으로 남은 인생은 나 자신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만 살겠다고 다짐했다.”(그는 지난해 1월 다발성 골수종 판정을 받고 입원해 4월 총선에 출마하지 못했다. 그해 5월 수술을 받고 8월말 퇴원한 뒤 올해 4월 재선거에서 당선됐다.)

―박 대통령과 어떤 관계인가.

“나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가치와 철학에 공감한다. 나도 약속 소신 원칙을 중요하게 여긴다. 2009년 도지사 시절 결식아동 지원대책을 발표한 게 지방신문에 작게 보도됐는데 어떻게 알고 격려 전화를 주셨더라. 그때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분이구나’라고 느꼈다. 여러 번 만나 대화를 하면서 박 대통령 머릿속에는 국가와 국민 말고는 없다는 걸 알았다. 운명적으로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내년 전당대회에 관심 있나.

“관심이 있다고 되나.(웃음)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황우여 대표 중심으로 뭉쳐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큰 정치’ 꿈이 있는 것 아니냐.

“대권과 관련해 많은 질문을 받았지만 한 번도 의사표현을 하지 않았다. ‘아직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고 답변해 왔다. 무엇보다 지금 대권을 논하는 건 경솔한 일이다. 때가 되면 이야기하겠다. 큰 정치는 민심과 천심이 어우러져야 이뤄진다. 안철수 현상을 보자. 그 사람의 리더십과 추진력에 대해 국민이 잘 알지 못하지만 그의 맑고 깨끗한 면에 점수를 주지 않았느냐. 시대와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선택받는 것이다.”

―능력과 자질은 된다고 보나.

“나보다는 주변의 평가가 중요하지 않겠나. 경제관료(경제기획원 사무관)로 시작해 치안관료, 준외교관, 도지사, 국회의원을 지내며 40년간 공직 경험을 쌓았다. 지도자는 국민 개개인의 에너지를 결집시켜 극대화시키고, 동시에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내공도 필요하다. 리스크를 안고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그런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생각하나.

“도지사 시절인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가 터졌다. 대재앙이었다. 그때 2009년 4월에 태안에서 꽃박람회를 열겠다고 하니까 다들 미쳤다고 했다. 공무원들도 실패하면 재선에 치명타가 될 거라며 말리더라. 그래도 결단했다. 결국 태안은 기름바다에서 꽃바다가 됐다. 리더가 리스크를 떠안겠다는 각오와 역발상이 없으면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

―충청 출신으로 한계를 느끼지 않나. 당내 세력도 없다.

“정치는 세력이 없어야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세력에 연연하지 않는다. 나보다 훌륭한 충청권 정치인이 많으니 언론도 관심을 가져 달라. 당도 전국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힘 있는 중진은 다들 영남 출신이다. 영남당 이미지로는 한계가 있다.”

―현 정부에서 어떤 역할을 할 건가.

“재선거에서 당선된 건 박근혜 정부 성공을 도우라는 의미로 본다. 난 이 정부 성공을 위해 어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겠다.”

―당이 청와대를 따라갈 수만은 없지 않나.

“취임 후 6개월은 테이크오프(Take-off·이륙) 단계다. 그 시기에 방향을 설정하고 프레임을 짜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성공할 수 있다. 당은 정부가 궤도에 오를 때까지 힘을 실어줘야 한다. 내각은 더 분발해야 한다. 국무총리 부총리 다 어디 가서 안 보이나. 대통령은 큰 틀만 제시하고 총리가 내각을 장악해 얽힌 현안을 풀어야 한다. 그래야 여당도 정부를 신뢰하며 손발을 맞출 수 있다.”

―‘세종시 비효율’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당장의 비효율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시각에서 세종시 문제를 봐야 한다.”

이완구는 더운 날씨에도 두 시간 동안 격정적으로 말을 쏟아냈다. 건강이 궁금해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내가 힘들어하더냐”고 되물으며 호쾌하게 웃었다. 2009년 12월 세종시 문제로 지사직을 사퇴하면서도 당을 떠나지 않았던 그가 어떻게 당에 착근해 나가는지가 그의 정치적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이완구#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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