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양구군의 최전방부대인 21사단의 가칠봉 관측소. 이곳 장병들은 막사 밖을 나갈 때 방탄조끼를 입어야 한다. 북한군 오성산 초소와 떨어진 거리는 불과 700m. 행여나 오발이든 조준사격이든 총탄이 날아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1997년 북한군 2명이 침입하려다 철책 5m 앞에서 1명이 사살되고 나머지 1명은 도주한 적도 있다.
가칠봉 부대와 북한군 사이에는 비무장지대(DMZ)가 펼쳐져 있다. 1953년 정전협정 당시 남북한은 휴전선에서 2km씩 후퇴해 그 사이를 DMZ로 정했다. 약속대로라면 남과 북은 4k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남북한 최전방부대가 어쩌다 700m까지 근접하게 된 것일까.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1953년 992km²였던 DMZ 총면적이 올해 570km²로 줄어들어 60년 새 43%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24일 밝혔다. 북한이 1968년과 1986년 유리한 능선 고지를 차지하려 북방한계선을 야금야금 밀고 내려오자 우리도 일부 남방한계선을 북진시킨 결과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북한이 200보 내려오면 우리가 50보 올라가는 형국이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남북 간 긴장 완충지대가 축소됐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세계적인 생태보전구역인 DMZ의 생태계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1986년 북방한계선을 밀고 내려오면서 최대 1만 V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철책선을 대거 설치했다. 남쪽의 침입을 차단하고 탈북자를 막으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고라니, 산양, 반달가슴곰 등 희귀동물들이 이 고압선에 감전돼 죽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남북이 DMZ 공간을 잠식해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줄면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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