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으로 수세에 몰린 민주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의 종결을 촉구하며 반격에 나섰다. NLL 논란에서 벗어나 국가정보원 국정조사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새누리당은 ‘문재인 책임론’을 강화하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 ‘1석 3조’ 노리는 김한길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24일 “NLL 포기 논란은 사실상 끝났다”며 “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은 여야 합의로 엄정한 수사에 맡기자”고 주장했다.
김 대표의 이날 회견은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 집중하는 동시에 당 장악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국회는 철저한 국정조사로 총체적 국기 문란에 대한 전모를 밝히고, 국정원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죽어가는 경제를 살리는 일이 중요하다. 민생을 외면하는 정치가 가장 나쁘다”고도 했다. NLL 출구전략의 명분으로 민생을 들고 나온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6월 국회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을(乙)을 위한 민생정치’를 이어가면서 국정원 국정조사를 밀어붙여 10월 재·보궐선거를 치른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NLL 논란과 회의록 공방으로 주춤한 상태였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저는 다른 누구를 탓하거나 책임을 미룰 생각이 없다. 모든 책임 논란도 당 대표인 제가 안고 가겠다”고 했다. 전날 “NLL 논란을 끝내자”는 성명을 낸 문재인 의원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이었다. 회의록 실종 사태를 초래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문 의원은 유감 표명이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 안팎의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문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서 “혹 떼려다 혹 하나 더 붙였나요? 대화록 왜 없나, 수사로 엄정 규명해야죠? 참여정부 사람들이 2008년 기록물 사건에 이어 또 고생하겠지요”라고 썼다.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청와대 업무관리 시스템인 이지원(e-知園)과 기록을 복사해 봉하마을로 가져갔다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논란이 벌어졌던 일을 빗댄 것이다.
문 의원은 이어 “민주당에도 큰 부담 주게 됐고요. 칼자루가 저들 손에 있고 우리는 칼날을 쥔 형국이지만, 진실의 힘을 저는 믿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가해자의 적반하장이 무섭습니다. NLL 포기 주장이 거짓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
○ 사초 관련 범죄는 참수?
새누리당은 회의록 실종 책임을 끝까지 추궁하겠다는 태세다.
황우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예전에 사초(史草) 관련 범죄는 참수로 벌했다”며 책임자 처벌을 강조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문 의원을 겨냥해 “회의록을 열람하자고 주도한 장본인으로서 아무런 해명이나 사과도 하지 않고 뜬금없이 그만두자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문 의원은 자신의 약속대로 정계 은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 의원과 김만복 전 국정원장, 조명균 전 대통령안보정책비서관을 침묵의 삼각관계라고 규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새누리당은 김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평가절하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여야 합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들인다면 진전이 있는 것”이라면서도 “야당이 검찰 수사에 합의를 하지 않으면 여당 단독으로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다른 인사도 “기존의 민주당 주장을 답습한 도돌이표 기자회견”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김 대표가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NLL 회의록 유출설’도 조사해야 한다고 한데다, 이날 열린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NLL 회의록 유출설’을 집중 제기한 것은 국조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를 표출한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새누리당 일각에선 NLL 논란에 식상해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아 고심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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