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이틀째인 25일 여야는 경찰의 수사 축소 및 증거 인멸 의혹 등을 놓고 격돌했다.
경찰청 기관보고가 진행된 이날 첫 질의자로 나선 민주당 특위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지난해 12월 15일 경찰청 폐쇄회로(CC)TV에 찍힌 내부 영상파일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수사관들이 국정원 직원들이 댓글을 단 증거를 포착하고도 “이건 언론보도에는 안 나가야 한다. 비난이나 지지 관련 글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쓰려고 한다”며 이야기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정 의원은 “경찰이 증거를 은폐하고 삭제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영상이 질의시간(5분)을 넘겨 방영되자 민주당 소속 신기남 특위 위원장에게 중단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신 위원장은 제지를 하지 않았다. 이에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이런 편파적인 진행이 어디 있느냐. 정회를 요구한다”고 항의했고, 새누리당은 의원 전원이 퇴장해 회의가 잠시 파행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20여 분 뒤 회의가 속개됐지만 이번엔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이 추가 영상파일을 공개했다. 영상에서는 한 수사관이 “자도 돼요?”라고 묻자 다른 수사관이 “댓글이 삭제되고 있는 판에 잠이 와요? 지금? 삭제를 좀 하는 편이더라고요”라고 답하는 대화가 나온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보지 못했다”고 답변했다가 “당사자에게 물어보니 ‘다른 사람이 자기 일 끝나고 잠잔다고 하니까 농담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고 말을 바꿨다. 이 의원은 당사자를 출석시킬 것을 요구했으나, 이 청장은 “증인 선택 부분도 있으니 나중에 (직접) 확인하면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여야는 수서경찰서가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해 12월 16일 밤에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을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은 “수사 결과를 빨리 발표하라고 경찰을 몰아세운 게 민주당 아니었나. 정작 발표되니까 마음에 안 든다는 거냐”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매관매직의 당사자”라며 “새누리당이 대선에서 이기면 경찰청장으로 승진한다는 식의 공모가 있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전날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공개한 권영세 주중대사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회의록 관련 녹취록도 다시 쟁점이 됐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박 의원이 공개한 것은 불법 취득한 장물이다. 사실이 아닐 경우 의원직 사퇴 등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박 의원은 “새누리당이 아프긴 아픈 모양”이라고 비꼬았고 여야 의원들은 수차례 고성을 주고받았다.
26일로 예정된 국정원 기관보고는 무기한 연기됐다. 공개 여부를 놓고 새누리당은 보안 등을 이유로 비공개를, 민주당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를 주장하면서 맞서다 새누리당이 불참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단독으로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남재준 국정원장은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새누리당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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