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실장 첫 브리핑 “윗분 뜻 받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7일 03시 00분


민주 “과거회귀 인사 野향한 선전포고”

김기춘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은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첫날인 6일 국무회의 참석, 5자회담 제안 브리핑, 강창희 국회의장 방문에 이어 수석비서관실 업무보고까지 바쁜 하루를 보냈다.

김 실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5자회담 제안 브리핑을 한 뒤 황우여 새누리당, 김한길 민주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회담 제안 사실을 알렸다. 이어 새로 임명된 박준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함께 국회에서 강창희 국회의장을 만나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번영과 국민 행복 외에는 다른 생각이 없는 분이다. 뭔가 잘 해보려고 노심초사하는데 우리가 미력하나마 보필하겠지만 의장이 잘 좀 도와 달라”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로 돌아와 외교안보수석실과 총무비서관실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7일엔 국정기획수석실, 홍보수석실, 경제수석실, 8일엔 새로 임명된 고용복지수석실, 미래전략수석실의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김 실장이 이날 5자회담을 제안하는 브리핑에서 “윗분의 뜻을 받들어서 비서실장이 한 가지 발표를 드리겠다”고 말한 것은 부적절한 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 대통령을 지나치게 높이 떠받드는 듯한 인상을 줘 국민 정서에 거부감이 들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뜻임을 강조하려 했다면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어도 된다는 얘기다.

한편 민주당은 전날에 이어 지도부까지 합세해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국가정보원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함성에 대해 박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갖고 온 것은 정국 정상화 해법이 아니라 민심에 찬물을 끼얹는 인사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김 실장을 겨냥해 “역사를 거스르는 인사로 국민이 실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과거 회귀형 공안통치 인사이자 국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며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이날 서울시청 앞 천막당사에서 열린 김 대표와의 간담회에 참석한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은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국민 통합을 방해한 사람을 기용하면서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윤완준·황승택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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