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당원 강연서 부정부패 비판
작년 마식령서 폭탄 해체 대원 영웅시… 소식통 “김정은 테러 시도 있었던 듯”
북한의 김정은 지도부가 노동당 당원들을 상대로 “일부 당원들이 국가적 시책에서 자기 잇속만 차리고 있다”며 부정부패 현상을 강하게 질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가 9일 입수한 북한 노동당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노동당 지도부는 올해 4월경부터 당원들을 상대로 한 강연자료에서 “일부 당원이 국가 물자를 갖고 제 것처럼 특세(위세)를 부리면서 사람들에게 돈과 물건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도부는 이어 “이런 반당(反黨)적인 행동으로 인해 민심이 흐려지고 인민들에게 생활상 불편을 주고 있다”며 “당원들은 온갖 비(非)사회주의적 현상들을 철저히 짓뭉개버리기 위한 투쟁에서 맹수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에 공개된 내부 자료에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칭송하며 그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는 내용도 대거 포함돼 있다. 김정은이 주민 편의시설인 ‘류경원’의 한증탕을 현지지도 했을 당시 “위생을 위해 돗자리가 아닌 의자를 깔라”고 지시하고 공기조화기(정화기)를 설치해주는 등 인민들에게 세세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식의 내용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10월 마식령 지구에서 폭탄이 발견됐을 당시 온몸을 던져 해체 임무를 맡았다는 폭발물처리대 대원의 이야기 등을 충성의 모범 사례로 소개했다. 한 북한 소식통은 “충성 사례로 폭탄 제거 이야기를 소개했지만 다르게 보면 김정은을 테러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의미도 된다”고 지적했다.
이 강연자료는 “제3차 지하 핵시험에서 성공한 그 본때로 당 정책을 관철시켜야 한다. 경제강국 건설을 힘 있게 밀고 나갈 담보가 확고해졌다”며 핵실험의 의미를 강조했다. 다른 소식통은 “체제가 불안정하고 당원들의 동요가 심해지다 보니 핵실험을 앞세워 민심을 다독이려고 애쓰는 모습이 더 역력한 것이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은 8일 정부의 제7차 개성공단 회담 수용 통보에 회신 통지문을 보내면서 “(우리의) 아량과 대범한 제안에 찬물을 끼얹는 말을 삼가 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9일 뒤늦게 밝혀졌다. 남한 언론이 개성공단 회담 재개 사실을 보도하면서 ‘달러 박스를 포기 못하는 북한’ ‘북한의 굴복’ 같은 표현을 쓴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이날 오전 판문점 채널을 통해 다시 북측에 통지문을 보내 “북한 전통문의 일부 표현은 상호 존중의 자세에서 벗어난 것으로 적절치 못하다. 7차 회담에서 쌍방이 서로 존중하는 자세로 협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북한이 7차 회담에서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남한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아 협상 진행을 어렵게 할 개연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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