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이른바 전승절(戰勝節·정전협정 체결일) 60주년 행사 참석차 최근 방북했던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은 9일 저녁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체제를 이렇게 평가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박 사장은 총 215차례 방북한 북한통이다. 그는 평양과 마식령 스키장, 금강산 등을 둘러보고 북한의 최근 모습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왔다.
그는 “어쨌든 김정은은 외국에서 공부를 해서 영어가 될 것이고 외국 의식구조를 갖고 있을 거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아버지(김정일) 할아버지(김일성)보다 진취적으로 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평양이 (김정은) 집권 1년밖에 안 됐는데, 그 1년간 변한 걸 보면 과거 10년 변한 것만큼 변했다”며 “평양 시내는 바닥부터 달라지고 있다. 평양 잔디가 지금 빈틈이 없다. 5cm도 빈 땅이 안 보이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물론 잔디 많이 심는다고 배고픔이 해결되진 않지만 집안청소 안 되곤 아무것도 안 된다”며 “(평양에서) 미화사업을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가장 인상적인 ‘평양의 변화’ 중 하나로 발마사지를 들었다. 그는 “평양에는 그동안 발마사지가 없었다. 자존심이 세서 발 만져주고 돈 받는 건 중국이나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드디어 여기(평양)서도 발마사지를 하더라. 놀라운 일이다”고 말했다. 평양 시내에는 경유로 달리는 버스가 등장했고 전력 여건도 전보다 나아진 것 같았다고 전했다.
마식령 스키장 공사 현장에서 북측 담당자와 만난 박 사장은 “김정은이 10년짜리 공사를 무조건 올해 안에 끝내라고 해 몇만 명이 작업을 하고 있더라”며 “스위스에서 가져오려던 리프트 대신 백두산 삼지연 근처 스키장에 있는 것을 뜯어다 쓴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이 마식령 스키장 등 원산관광특구를 인민들로부터 자신의 역량과 능력을 테스트(평가)받는 장(場)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북측은 스키장과 명사십리해수욕장 등을 연계한 관광특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 사장은 “싱가포르 홍콩 중국의 돈 있는 사람들이 이 지역에 투자하겠다고 직접 찾아온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대북 소식통은 “박 사장은 사업차 방북해 지도층의 안내를 받는 처지여서 북한의 실상을 100% 알기는 힘들 수 있다”며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 및 붕괴 가능성에 대한 징후도 적지 않게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사장은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에 대한 인상도 소개했다. 그는 “이번 방북 때 김여정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전에 자주 봤다”면서 “똑똑해 보였고 행동이 빨랐으며 군인들의 인사를 꼬박꼬박 다 받아주는 모습에 ‘저 사람 잘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고모 김경희에 대해서는 “몸은 약해 보였지만 꼿꼿하게 걷는 걸 보니 지금은 (몸 상태가) 괜찮은 거 같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북핵 문제의 해결 방안 등과 관련해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론’을 주문했다. 그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났을 때 ‘제발 통일에 관심을 갖고, 평양에 한 번 가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구상도 다 유엔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반 총장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