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과 北 벼랑끝 악수… 개성공단 살아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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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정상화 합의]133일만에 7차회담서 정상화 합의
“남북 공동으로 가동중단 재발 방지, 국제화 노력… 외국기업 유치 장려”
朴대통령 “믿고 기다린 국민께 감사”

합의서 교환 제7차 개성공단 남북당국 실무회담의 남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왼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14일 오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회의실에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5개항의 합의사항을 담은 
합의서를 교환하고 있다. 개성=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합의서 교환 제7차 개성공단 남북당국 실무회담의 남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왼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14일 오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회의실에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5개항의 합의사항을 담은 합의서를 교환하고 있다. 개성=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문을 닫을 뻔했던 개성공단에서 다시 기계 돌아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공단 운영이 파행을 빚은 지 133일 만이다.

남북이 폐쇄 위기에 놓였던 개성공단의 정상화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해 온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 전반에 어떤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지도 주목된다.

정부는 14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7차 회담에서 “남과 북은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떤 경우에도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가동 중단으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 보상 및 관련 문제는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를 구성해 협의하기로 했다. 남북은 6차 회담에 이르기까지 중단 사태 재발 방지와 책임 문제에 접점을 찾지 못해 파행을 겪었다.

남북공동위원회는 이른바 ‘3통(통행, 통신, 통관) 문제’도 다루기로 했다. 그동안 개성공단은 정해진 시간에만 통행이 가능했으며 인터넷, 휴대전화 통신이 허용되지 않았다. 통관물자도 전수(全數)조사로 기업들의 불편이 컸다. 또 남북은 개성공단 투자기업의 자산을 보호하고 위법행위 발생 때 공동 조사, 손해 배상 등 분쟁 해결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 밖에 남북은 개성공단에서 국제적 수준의 기업 활동 조건을 보장하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도록 발전시키기로 뜻을 같이했다. 이와 관련해 “외국 기업의 유치를 적극적으로 장려한다”는 데에도 합의했다. 또 입주기업들이 설비를 정비하고 재가동할 수 있도록 남북이 협력하기로 했다. 북한은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마식령 스키장 건설 등 대규모 투자와 경협을 성사시켜야 하는 경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남북경협 프로젝트인 개성공단마저 문을 닫으면 한국으로부터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물론 해외에도 ‘북한 불신론’이 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합의문을 공개한 뒤 “조국해방 68돌(광복절)을 맞으며 화해와 협력·통일과 북남관계개선을 바라는 온 겨레에게 기쁨을 안겨주게 되었다”고 환영했다.

박 대통령도 이날 타결 직후 “오랜 기간 동안 정부를 신뢰하고 기다려 준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오늘 회담을 계기로 앞으로 남북 관계가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위해 남북한이 함께 노력해 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굴복하지 않고 원칙을 지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개성공단 정상화촉구 비상대책위원회도 “극적으로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를 이끌어준 우리 정부와 북측 당국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입주 기업들은 개성공단을 화합과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남북 경제협력의 작은 통일 마당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남북경협 전문 시민단체인 남북포럼 김규철 대표는 “기업들 사정에 따라 4, 6주가량 설비 점검을 거친 뒤 빠르면 9월부터 공장 재가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성공단공동취재단
조숭호·동정민·강유현 기자 shcho@donga.com
#개성공단#합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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