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정상화 자신감… 인도적 지원으로 신뢰쌓기 가속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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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광복절 경축사]대북 메시지

15일 68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광복회원 독립유공자 등 참석자들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5일 68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광복회원 독립유공자 등 참석자들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나타난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 구상은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이후 다음 단계로 인도적 문제를 중심에 놓고 남북관계를 풀어가겠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통한 ‘상호 신뢰와 평화 정착’ 의지를 내비쳤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식과 국제적 규범이 통하는 남북관계를 정립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일관되게 추진하겠습니다.”


인도적 문제 해결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1단계에 해당하는 과정이다. 북한의 일방적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돌발 상황으로 비정상적으로 치달았던 남북관계가 14일 남북 간 극적 타결로 어느 정도 ‘정상화의 길’로 들어섰다는 자신감을 바탕에 깔고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우선 인도적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평소 강조해온 ‘도발하면 응징하겠다’는 표현도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성공단 타결로 북한이 과거에 비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 가장 의미 있다”며 “박근혜 정부에 함부로 장난을 치지 못한다는 걸 북한이 분명히 깨달았다고 본다. 이제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남북관계를 정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한반도의 한쪽에서 굶주림과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북한을 적극 도울 준비가 돼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새 정부는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정부 차원의 첫 대북 지원 계획을 밝힌 뒤 북한의 어려운 현실과 적극 지원 의지를 다시 강조한 것이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의 확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현재 추가 대북 지원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 과정에서 변화된 태도를 보인 만큼 추가 지원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민간단체를 통한 추가 지원 시기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본보 7월 30일자 1면 北에 1000만달러 규모 구호품 추가지원

추석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달 북한이 제안했다가 흐지부지된 바 있으나 이번엔 박 대통령이 직접 제안했다는 점에서 훨씬 격이 높아졌다. 박 대통령은 정치적 부담이 작은 이산가족 상봉이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성공단) 합의를 계기로 과거 남북관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상생의 새로운 남북관계가 시작되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박 대통령은 애초 정전협정 기념일인 7월 27일 DMZ 평화공원 조성을 제안하려 했으나 직전인 25일 북한이 개성공단 회담장을 스스로 박차고 나가 미뤄졌다.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남북관계 정상화의 첫 단추로 봤다면 평화공원 조성은 남북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가져올 중장기 과제로 제안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억지력이 필요하지만 평화를 만드는 것은 상호 신뢰가 쌓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도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개성공단이 잘돼야 DMZ 평화공원 조성도 잘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북한이 박 대통령의 제안에 곧바로 호응할지 청와대는 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북한에 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뢰 제거와 북한의 군사적 협력 등 여러 난관이 있는 평화공원 조성의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따지고 보면 문서상 합의만 이뤄진 개성공단 타결에 정부가 지나치게 고무돼 박근혜식 대북접근법을 너무 낙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개성공단 회담 타결이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로 실질적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이 박 대통령의 광복절 제안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금강산 관광의 조기 재개를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 재개에는 신변 보장, 북한의 일방적 폐쇄 재발 방지 등 짚고 넘어가야 할 산이 많다. 박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과거 정부의 남북관계를 잘못된 관행이라고 지적한 만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성급하게 다뤄선 안 된다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남북관계#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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