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국정원 댓글사건 증거 축소 지시한 적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6일 13시 38분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6일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수사 축소·은폐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용판 전 청장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의 공소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청문회에서는 시작부터 김 전 청장과 야당 측 특위 위원들 간의 치열한 기 싸움이 벌어졌다.

김 전 청장이 "자신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자신의 증언이 외부로 알려지는 과정에서 진의가 왜곡돼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또 "원칙적으로 증언과 서류 제출도 거부하지만 사안에 따라 발언은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 측 위원들은 "선서 거부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고 위증을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비판했다. 여당 위원들은 김 전 청장이 '증언 및 감정에 관한법률'에 따라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편을 들었다.

김용판 전 청장은 이날 청문회 내내 국정원 댓글 의혹 수사 축소·은폐 의혹에 대한 민주당 등 야당 측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의 문제 제기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 16일 이례적으로 밤 11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데 대해 "누구에게 이익이 있고, 손해를 보느냐가 고려 대상이 아니라 무엇이 원칙이냐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둔 지난해 12월 16일 심야에 중간 수사 결과 발표가 이뤄진데 대해 강한 의혹을 품고 있다.

김용판 전 청장은 "12월 16일 저녁 회의 때 당시 홍보담당관이 '오늘 발표를 안 한다면 몇몇 언론사에서 충분히 특종보도가 나갈 수 있다. 보안이 장담이 안 된다'고 했다"면서 "그 부분이 수사 결과 발표에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수사 결과 발표가 허위라는 야당의 거듭된 주장에도 "허위 발표가 전혀 아니다"면서 "당시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마찬가지로 '선거 관련 댓글이 없다'고 발표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김 전 청장은 증거 분석 내용을 수기로 보고할 것을 지시한데 대해서도 "보안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경찰 간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전화를 건 것은 맞지만 격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야당이 수사 축소·은폐의 증거로 제시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증거분석실의 CCTV 내용에 대해서도 김용판 전 청장은 "짜집기한 것"이라며 사실과 다르다고 맞섰다.

야당 측 위원들은 "지금 댓글이 삭제되는 판인데 잠이 와요. 이건 언론 보도에는 안 나가야 할 것 아냐. 안 되죠, 안 돼. 나갔다가는 국정원 큰일나는 거죠. 우리가 여기까지 찾을 줄은 어떻게 알겠어" 등 CCTV 영상 속 분석관들의 대화를 근거로 김 전 청장이 국정원 댓글 흔적을 축소·은폐한 것이란 주장하고 있다.

김 전 청장은 "증거 분석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진술녹화실에서 분석을 하도록 내가 지시해 동영상이 만들어 진 것"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김 전 청장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선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권영세 주중 대사와의 연결고리로 야당에서 지목하고 있는 박원동 전 국정원 국장과 대선 직전인 12월 16일 한 차례 통화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김 전 청장은 "권 대사와는 전혀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은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민주당의 감금이 맞느냐는 질문에 "당시 충분히 (감금이) 된다고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부터 재개될 청문회에는 오전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출석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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